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병편지


독일 북부의 하이켄도르프(Heikendorf)근처 항구에서 어부 콘라드 피셔는 고기를 잡기 위해 친 그물에 낡은 맥주병이 걸려있는 것을 보게되었다.

"어떤 몰지각한 놈이 또 바다에 쓰레기를 버렸군!" 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바다로 병을 던지려고(?) 하는데 동료 어부가 병속에 무언가가 있다며 그를 만류하였다.

버리려던 병을 자세히 살펴보니 병 속에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른바 '병편지' 였던 것이다.




이 편지는 리처드 플라츠라는 독일인이 1913년 5월 17일에 남긴 것으로, 덴마크 엽서에 발견자가 우편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하려고 2장의 독일우표가 붙어 있었다. 편지 겉면에는 '베를린의 주소지로 부쳐달라'는 요청이 함께 적혀 있었는데, 편지는 결국 101년간 도착하지 못하고 떠돈 것이다.


리처드 플라츠 부부


당시 20세의 리처드 플라츠는 1913년 발트 해안을 여행하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 편지를 써서 병에 담아 바다로 던졌다. 기대와 달리 편지는 오지 않았고 결국 편지의 존재를 죽을때까지 본인조차 잊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1946년 54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01년이라는 세월은 엄청나게 길어서 후손을 찾는것도 힘든 작업이었다.

편지에 적힌 주소지를 토대로 수소문을 해보니 그의 두딸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추적한 결과 안젤라 에르트만이라는 올해 62세의 손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편지를 전해받은 안젤라 에르트만


안젤라 여사는 누군가 집 앞에 자전거를 타고와서 "안젤라 여사 되십니까?" 라고 묻자 잡상인이라 생각하고 "물건 안사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곧 병편지 이야기를 전해듣고 '얼굴을 본 적도 없는 할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는' 상황이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결혼 후 3번이나 이름을 바꾼 자신을 기어이 찾아낸 기자의 집념이었다. 가계도(家系圖)조사원으로 일하는 안젤라였기에 그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집념이 드라마를 완성시킨 것이었다.


안젤라 여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혹시라도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여행자들이 바다로 병을 던져 환경이 오염되는 일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사려깊게 말했다.


아내와 두딸과 여행중인 리처드 플라츠


병편지의 최종적인 운명은 아직까지 알 수 없다. 분실물로 규정된다면 수신자인 후손에게 주어지겠지만 101년이라는 긴 세월덕에 발견자인 콘라드 피셔에게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병편지' 는 5월 1일까지 함부르크 국제해양박물관에 전시된 후 연구진에 의해 글자 해독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전의 가장 오래된 병편지는 2012년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98년된 것이었다.

이 병편지는 1914년 영국 글래스고에 위치한 해군사관학교에서 해류를 조사하기 위해 바다에 내보낸 약 1000개의 유리병 중 하나였는데 1000개중 다시 회수된 것은 315개였다. 

병 속에 든 편지에는 해군 사관학교의 CH 브라운 대위가 작성한 ‘이 병을 찾는 사람에게 6펜스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메모가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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