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이탈리아 여왕이 될 소녀

사실 이탈리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1946년 국민투표를 통해 1870년부터 이어져온 왕실이 폐지되었고 현재는 이탈리아 공화국(Repubblica Italiana)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파시스트 정권과 결탁했다는 이유로 왕실에 대한 지지도가 46%에 그치면서 결국 움베르토 2세(Umberto II, 1904~1983)는 즉위 한 달 만에 이탈리아 왕국 최후의 국왕이 되고만 것이다.

이후 왕실의 일원들은 해외로 망명해 조용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왕국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디 사보이아(Vittorio Emanuele di Savoia, 84)가 손녀의 후계자 계승을 인정한다는 뉴스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마지막 왕세자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 여자를 왕위 계승자로

마지막 왕세자 비토리오 에마누엘레의 아들 에마누엘레 필리베르토(Emanuele Filiberto di Savoia)는 프랑스 여배우 클로틸드 쿠로(Clotilde Courau)와 결혼해 딸만 둘을 두었다.

《부부와 두 딸 비토리아(좌), 루이사(우)》

이탈리아 왕가는 전통적으로 남성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이른바 '살릭 법(Salic law)'을 채택하고 있었기에 향후 아들이 있는 다른 가문이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는 상황이 예견되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 왕실 가문인 사보이 가문(House of Savoy)이 여성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오랜 규칙을 바꾼 이유에 대해 사보이 가문은 겉으로는 '유럽연합의 공통가치를 수용하고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다'는 것을 내세웠지만 실은 돈과 관련이 있었다.

유럽의 왕가들은 대부분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사라진 왕조의 일원이라 해도 다른 왕가의 결혼식에 초대되는 등 준 왕족으로 대우받는다. 또한 왕실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가문의 일원들에게 거금을 받고 작위를 수여하는 것은 단 한명의 후계자에게만 주어지는 권한이다.

이처럼 미래의 수익원과 명성을 놓치는 것은 여러모로 큰 손해인 것. 실제로 에마누엘레 필리베르토는 미국에서 '베니스의 왕자(prince of venice)'라는 상표의 레스토랑과 푸드트럭 업체를 운영 중이다.

《에마누엘레 필리베르토》



● 미래의 이탈리아 여왕, 10대 인플루언서 소녀


이로인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이탈리아가 다시 군주제를 채택한다면 '비토리아 여왕'을 볼 수도 있게 되었다.

《비토리아 크리스티나》

현재 어머니인 클로틸드 쿠로와 함께 프랑스에 살고 있는 비토리아(2003년생, Vittoria Cristina Chiara Adelaide Maria / Vittoria di Savoia)는 4만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패션 인플루언서로 실제 공주는 아니지만 공주처럼 주목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이탈리아의 여왕이 되고 싶냐는 언론의 질문에 상상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나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 이탈리아판 왕좌의 게임

이처럼 왕관이 존재하지 않는 허울뿐인 후계자라 하더라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기에 150년 만에 자연스럽게 왕위를 계승할 수 있었던 사촌 아오스타 공작 가문(Duke of Aosta)은 큰 반발을 일으켰다.

각 가문의 수장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와 아메데오는 2004년 5월 21일, 현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의 결혼식 전야제가 열린 사르수엘라 궁전에서 난투극을 벌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 과거부터 서로에 대한 분노가 매우 높았다.

《아오스타 공작 아메데오의 결혼식. 1964》

아오스타 가문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왕세자가 움베르토 2세에게 허가받지 않은 결혼을 함으로써 이미 1971년에 왕위 계승권을 잃었고, 군주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살릭 법을 수정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2006년 아오스타 가문은 사보이 가문의 수장 자리와 사보이 공작(Duke of Savoy)을 자신들이 이어받았다고 선언하며 왕가는 후계 자리를 놓고 두 파로 분열되었다.

《아메데오와 아들 아이모네(Aimone di Savoia-Aosta). 피렐리 타이어 모스크바 지사장이다》

이에 질세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는 아오스타 가문을 상대로 '사보이 공작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했고, 2010년 2월 아레초 법원은 '아오스타 가문은 5만 유로를 배상하고 사보이 가문의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며 왕세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 아오스타 가문은 항소한 상태)

거기에 더해 아직 마지막 왕세자가 생존해있을 때 후계자 자리를 손녀에게 넘겨주며 쐐기를 박아버린 셈인데, 어찌 됐든 이 모든 것은 이탈리아의 군주제 회복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정리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토리아 공주와 아이모네 왕자》

만에 하나 군주제 부활이 이루어진다면 그 시점에서 더 영향력 있는 가문이 왕위를 이어받게 되겠지만 현재 확실한 것은 이탈리아인들에게조차 비토리아 공주나 아이모네 왕자의 이름은 생소할 정도로 철저히 그들만의 왕좌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댓글(3)

  • 2021.05.16 18:39 신고

    완전 흥미로운 주제인데요?
    이탈리아에 여왕이 생길지 궁금해집니다😳ㅎㅎ

    • 2021.05.17 13:39 신고

      부활할 확률이 매우 희박해서 그런지 왕실이 아닌 기업소유권 다툼정도로 보이네요

    • 2021.05.17 13:51 신고

      그러게요 이제와 부활하기란 쉽지 않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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