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의 과감한 노출패션

- 「아슬아슬 패션」 폭염 도심 누빈다
- 어깨 배꼽 노출... “걸친 듯 입은 듯"
- 「잠옷 차림 원피스」도 거리 활보
- "벗고 다니건 말건 왜 신경 써요"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여성들의 과다노출이 서울의 신촌 압구정동,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광주 충장로 등 전국 주요 번화가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철역, 영화관은 물론 공공장소에서도 젊은이들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노출패션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있지만 「노출 공해」 라며 눈살을 찌푸리던 기성세대들도 웬만한 노출에는 단련이 된 듯 그냥 지나치고 있다.

29일 오후 7시경 이화여대 앞.
허벅지까지 올라간 초미니스커트와 핫팬츠, 등까지 시원하게 파인 상의, 가슴만 가린 티셔츠 등으로 차려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젊은 여성중 절반 이상이 짧은 반바지 차림이고 일부 여성들은 속이 훤히 비치는 치마를 입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배꼽티」는 더욱 짧아져 허리를 완전히 노출시켰거나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브라탑」도 자주 눈에 띄었다. 상의는 배꼽티를, 하의는 핫팬츠를 입어 옷을 입었다기보다 걸쳤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노출패션에는 10, 20대 여성뿐만 아니라 주부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30대의 한 주부는 잠옷을 방불케 하는 원피스 차림으로 쇼핑을 하고 상체를 드러낸 원피스 차림으로 남편과 나온 주부도 눈에 띄었다.

올 여름들어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 보이는 노출패션이 젊은층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 사진 박경모

서울 강남구 청담동 로데오거리의 노출패션은 더 아슬아슬하다.

29일 밤 10시경 이곳의 B카페. 등이 훤하게 파인 옷차림의 20대 여성 한 명이 반바지 차림의 남자와 앉아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종업원도 브라탑과 핫팬츠 차림에 선탠한 갈색 피부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이곳에는 반바지 차림에 어깨가 드러나는 색깔있는 러닝셔츠 차림의 남성들도 많이 보였다. 여성이나 남성들 모두 맨발에 샌들을 신고 있는 것도 특징.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비시 꾸뜨르」 디자이너 송경숙 씨(35)는 "일부 여성들에게 한정돼 있던 노출패션이 지난해 살인적인 무더위와 함께 대중화됐고 젊은이들의 해외여행 경험이 늘어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이정은 씨(20·S전문대 2년)는 노출패션에 대해 "배낭여행을 다녀온 유럽에서는 노출이 생활화돼서 누가 벗고 다니건 말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1995.07.31》


● 세계화의 시대 90년대

90년대는 이른바 '세계화'가 시작된 시대였다.

88 올림픽은 KOREA라는 브랜드가 세계에 알려진 시작점이었으며 자유화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계기가 되었다. 1989년 1월 1일부로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고, 90년대에는 공산권 붕괴와 함께 세계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이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펼쳐진다.

정치적으로는 32년간 이어져온 군부 출신의 대통령 시대가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며, 문화적으로는 트로트와 포크송 일색이었던 가요계에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장르의 다변화와 아이돌 문화가 시작되었다.

위 기사의 사진에 나온 여성이 입고 있는 튜브탑과 핫팬츠는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크게 눈길을 끌만한 노출도 아니지만 당시 기성세대들이 느꼈던 문화충격은 엄청났다. 아래의 사진에서 캐미솔 탑, 탱크탑, 배꼽티, 핫팬츠 등 80년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90년대 중반의 노출패션들을 볼 수 있다.

Reference:
- 동아일보. 과감한 노출 (1995.07.31)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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