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친왕과 이방자 여사가 받은 결혼선물 '잉크병 세트'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英親王) 이은(李垠, 1897~1970)은 일본 황족 출신의 이방자(李方子, 1901~1989)와 1918년 12월 8일에 약혼식(納采)을 올렸다.

결혼식은 이듬해인 1919년 1월 25일로 예정되었지만 고종(高宗)의 갑작스러운 사망(1919년 1월 21일)으로 중단되었다.

또 스페인 독감의 유행으로 왕비의 친정인 나시모토노미야(梨本宮, 이본궁) 일가에도 사망자가 발생하자 날짜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해를 넘긴 1920년이 되어서야 결혼식 날짜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 의민태자 이은과 이방자 여사

비보가 연이어지던 중 단비와 같은 왕가의 결혼식이었기에 여러 곳에서 축품이 헌상되었고, 은사령이 내려져 죄수들에 대한 사면과 귀족들에 대한 기념 은사금도 하사되는 등 경사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래는 경성상공회의소에서 왕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왕직 미술품제작소를 통해 제작한 고급 잉크병 세트와 관련된 기사이다.

- 상공회의소에서 왕세자께 축품 헌상
- 조선 취미의 훌륭한 잉크병
- 금은으로 제작한바 좋은 것

왕세자 전하의 결혼 기일은 2월 29일로 확정되었으므로, 경성상업회의소에서는 어축품으로 '잉크'병을 헌상하리라고 16일 평의원회에서 결의하였다.

그 헌상품은 이왕직 미술품제작소에서 제작한 조선 취미의 '잉크'병인바 병을 푸른 것으로 하고 금은으로 만들어 무늬를 새긴 위에 금으로 만든 코끼리 눈을 놓고 펜을 놓는 데는 나전칠기로 하고 그위에 그림을 놓을 터이 요, 여기에 은으로 만든 압지 끼우는 것까지 붙여서 자못 훌륭한 의장이라 하겠고 그 값은 약 300원가량이라더라.

▲ 잉크병 【매일신보 1920.01.22】


현재 이 잉크병 세트는 찾아볼 수 없지만 남아있는 그림을 통해 어떤 형태인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재료 자체도 금과 은, 나전칠기로 만들어져 상당히 고급스러운 모이었다.

잉크병을 소개한 기사에서는 늦춰졌던 결혼식이 2월 29일로 확정되었다고 쓰고 있지만, 이후 또 한 번 연기되어 4월 28일에야 도쿄 영친왕의 저택에서 결혼식을 거행하였다.

▲ 세자가례(世子嘉禮) 【동아일보 1920.04.28】

만들어진 축하품과 기념시첩들도 식이 연기되면서 계속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결혼식이 일본에서 열리면서 1922년 순종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왕세자비 부부가 조선에 입국할 때 전달될 계획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 순종 근현례식(覲見禮式) 때 적의차림의 영친왕비 【1922년, 국립고궁박물관】

단순한 보물이 아닌 필기구였던 만큼 영친왕이 주로 거주했던 곳으로 가져갔을 것이 유력하며, 그런 이유로 현존한다면 일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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