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최고 인기의 기생이 벌어들인 돈

1899년, 종로의 광교(廣橋) 근처에는 수월루(水月樓)라고 하는 고급 요리점이 있었다. 그해 대한천일은행(大韓天一銀行)이 설립되면서 이곳에서 창립기념 회식이 크게 열렸는데, 이때 은행장 민병석(閔丙奭, 1858~1940)을 위시해 당대의 대신과 거상들이 모두 초청되었다.

당연히 술자리에는 기생과 북치는 고수(鼓手)가 참석했는데, 돈을 다루는 은행의 기념식이어서 그런지 비용 지출을 상세하게 남겼다.

당시 술자리에 부른 기생 6명에게 내린 소리채가 24원, 고수에게 내린 수고비는 4원이었다. 즉 고수들은 1인당 2원을 받았고 기생은 1인당 4원을 받았다. 이들이 받은 돈은 어느 정도 가치일까.

이날 기념식에 쓰인 물품들의 가격은 다음과 같다.

4승(升): 49전 6리

백미 4승(升): 65전 4리

59개: 2원 36전

홍시 89개: 1원 41전 6리

400근: 96전

대추 2승(升): 60전

계란 30개: 27전 6리

대구 5마리: 50전

돼지 1마리: 4원 80전

장작 1바리(소나 말 1두에 가득 실은 짐의 단위): 1원 8전

승(升)은 '되'와 같은 말로 10승은 1말이다.


이 물가에 따르면 1899년 고급 요리점에 불려다닌 기생의 일일 요금은 쌀 2말 반 정도이며 돼지 1마리 값에 해당하였다.

▲ 한성권번(漢城券番) 소속의 기생들

또 같은 해 9월에는 고종탄신 기념잔치를 대한천일은행 주주들이 수월루에서 모여서 열었다. 이때 사용한 물건들의 가격은 다음과 같다.

궐련(卷煙) 2갑: 4원 37전 4리

여송연(呂宋煙) 1갑: 3원 37전 4리

양촉(洋燭) 9갑: 2원 72전 4리

성냥(石硫黃): 3전 6리

청주 7병: 98전

장원홍(壯元紅, 중국 술) 8병: 1원 66전

백로(白露, 술) 1병: 34전


이 가격표를 보면 궐련 2갑이 기생의 몸값 4원을 훌쩍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담배 가격 4500원을 생각하면 기생의 몸값은 고작 9,000원 정도였던 걸까?


그렇지 않다. 개화 초기 서양의 물건들은 진귀한 물건으로, 당시의 궐련은 매우 고가였기 때문에 지금의 담배와는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사치품이었던 것이다.

▲ 기생권번들의 신문광고 【동아일보 1920.04.07】

이후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1924년, 경성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한남권번(漢南券番)의 오유색(吳柳色)이라는 기생은 권번에 내는 조합비와 세금을 떼고도 1년에 3,600원을 벌었다는 기록이 있다.

▲ 우미관(優美館)에서 궁중무용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을 추는 한남권번의 기생들 【매일신보 1922.10.22】

1924년의 쌀 한가마는 15원이었던 시절로 3,600원은 쌀 240 가마 해당한다. 당시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 240 가마를 추수한다고 하면 부자 소리를 들었으니 기생 중에서도 톱클래스는 현대의 연예인과 다름없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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