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사진에 담긴 1938년 쿠바와 엘 카피톨리오 이야기

▲ 쿠바 센트로 하바나(Centro Havana)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중앙의 기마상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쿠바 독립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막시모 고메스(Máximo Gómez, 1836~1905) 장군을 기념해 세워졌다.

1935년 하바나의 해안경관 미화를 위해 개최된 대회를 통해 세워진 건축물들 중 하나이며, 이탈리아의 조각가 알도 감바(Aldo Gamba, 1881~1944)가 만든 작품이다. 【사진: Franz Grasser】

▲ 쿠바 하바나 극장의 레뷔(revue) 공연. 레뷔는 노래와 춤으로 인물과 문학을 풍자하는 연극의 일종으로 뮤지컬과 유사하지만 주요 줄거리가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데삼파라도스(Desamparados) 거리의 모퉁이에 남자들이 모여있다. 노면전차나 버스를 기다리는 노동자들로 보인다.

▲ 쿠바 하바나의 옛 국회의사당 엘 카피톨리오(El Capitolio). 하바나에서 가장 상직적인 건물로 건축가 유제니오 라이네리 피에드라(Eugenio Rayneri Piedra, 1883~1960)의 지휘 아래 5,00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되어 완공에 3년 3개월 20일이 소요되었다(공사비 1700만 달러).

쿠바 혁명이 일어난 1959년까지 국회의사당이었으나 부르주아의 사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사용이 중단되었고, 현재는 쿠바 과학부와 국립과학기술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 1929년에 설립된 엘 카피톨리오(El Capitolio)는 돔의 높이 92m로 포크사 빌딩(FOCSA Building, 121m)이 완공되는 1956년까지 하바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 건물의 주랑 현관(portico, 포르티코)으로 이르는 56계단은 가로 36m, 높이 16m에 이른다. 계단을 올라서면 이탈리아 조각가 안젤로 자넬리(Angelo Zanelli, 1879~1942)가 만든 6.5m 높이의 청동 조각상이 두 개 세워져 있다.

▲ 왼쪽의 남성 조각상은 '노동(El Travajo)'을 상징하며, 오른쪽의 여성 조각상은 '선행의 수호신(La Virtud Tutelar)'을 상징한다.

주랑 현관에 있는 열두 개(직경 1.55m 높이 14.10m)의 기둥을 지나면 안젤로 자넬리가 새긴 바스릴리프(Bas-relief, 얕은 부조)가 있는 커다란 청동문 세 개를 통해 본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워싱턴 D.C. 의 미국 국회의사당을 연상시키는 엘 카피톨리오 건립 목적은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낙관과 자신감, 국가의 품위를 묘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시기 쿠바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Fine Arts of Havana), 바카르디 빌딩(Bacardi Building), 로페스 세라노 빌딩(López Serrano Building), 프레지던트 호텔(Hotel Presidente)등 수많은 대형건물들이 세워졌다.

하지만 1933년 쿠바가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으면서 엘 카피톨리오는 건설을 주도한 헤라르도 마차도(Gerardo Machado, 1869~1939) 대통령의 부패와 권위주의를 상징하게 되었다. 마차도 대통령은 '열대지방의 무솔리니(tropical Mussolini)'로 비난받았으며 반정부 소요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 알프레도 자야스 이 알폰소(Alfredo Zayas y Alfonso) 옆의 헤라르도 마차도의 얼굴과 이름이 훼손되어 있다.

당시 시위대들은 엘 카피톨리오 근처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지만 건물에 특별한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위대는 청동문의 바스릴리프(Bas-relief)에 새겨진 마차도 대통령의 얼굴을 훼손하고 이름을 삭제하였다.

▲ 공화국 여신상과 모델이 된 여성

본관 내부에는 공화국 여신상(La Estatua de la Republica)이 세워져 있다. 역시 안젤로 자넬리가 만든 청동 조각상으로 높이 14.6m(받침대와 창끝까지 17.54m), 무게 49톤으로 건립 당시에는 일본 도다이지(東大寺)의 대불(14.98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실내에 있는 동상'이었다. (현재는 링컨기념관의 링컨상에 이어 세 번째)

공화국 여신상에 대한 영감의 원천은 그리스 여신 아테나였다. 하지만 실제 구현할 동상은 금발과 푸른 눈의 백인이 아닌 현지 여성의 모습으로 만들어야 했다.

모델을 놓고 고민하던 안젤로 자넬리는 쿠바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동료를 통해 그의 아내 엘레나 데 카르데나스 에차르테(Elena de Cárdenas Echarte)를 소개받았다. 그녀는 쿠바에서 태어난 유럽 이주민 혹은 현지인과의 혼혈을 의미하는 전형적인 크리오요(Creole, 크레올)였다.


▲ 쿠바 혁명 이후 피델 카스트로는 1976년까지 의회를 해산했고, 이후 전기배선은 수십 년간 방치되고 배관은 부식되어갔다. 열대성 폭우와 기후로 인해 벽면은 뒤틀리고 지붕은 새고 있는 등 건물의 노후화는 심각한 상황까지 방치되다가 현재 복원이 진행 중에 있다.

건물의 구조설계를 담당한 퍼디 앤 헨더슨(Purdy and Henderson)의 기술력과 품질 좋은 원자재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엘 카피탈리오의 현재 모습

지금은 사라진 퍼디 앤 헨더슨은 미국 뉴욕에 소재했던 엔지니어링 회사로 맨해튼의 플랫아이언 빌딩(Flatiron Building), 메이시스 헤럴드 스퀘어(Macy's Herald Square), 스타렛-르하이 빌딩(Starrett–Lehigh Building), 트럼프 빌딩으로도 불리는 40 월 스트리트(40 Wall Street), 메트라이프 빌딩(MetLife Building)등 백 년 이상을 버틴 건물들의 구조설계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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