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닭과 관련된 속담'

닭은 인간과 친숙한 가축인 만큼 한국에도 이와 관련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와 같은 명언도 있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처럼 일상에서 쓰이는 속담도 있다.

시대와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속담 역시 사라지거나 생겨나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100년 전에는 흔히 쓰이던 닭과 관련된 속담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1933년 닭의 해를 맞아 당시 신문에서 열거한 닭에 관한 속담은 아래와 같다.

100년 전, 닭에 관련된 속담들


• 초저녁 닭의 울음은 재앙의 조짐이다. 잡아먹거나 죽여서 묻으면 면한다.

• 꿩닭이 묵으면 뱀이 된다.

• 닭은 3년 키우면 안 되고, 개는 10년 키우면 안 된다.

• 병아리가 쥐구멍으로 들어가면 집안에 불행이 생긴다.

• 수탉이 알을 낳으면 집에 경사가 있을 조짐. 그 알을 찻독(쌀독)에 넣어두면 부자가 된다.

• 닭이 일찍 횃대에 오르면 쌀값이 오르고 늦게 오르면 내린다.

▲ 변상벽 「모계영자도(母鷄領子圖)」 100.9 x 50.0cm 국립중앙박물관.


• 오얏나무(자두나무)로 횃대를 만들면 닭이 잘 큰다.

• 정월 초하룻날 낳는 알을 여자에게 먹이면 수태(임신)한다.

• 정월대보름날 새벽닭의 울음소리가 길면 풍년. 짧으면 흉년.

• 밤마다 똥 누는 아이는 측간(변소)에 갈 때마다 닭장에 절하면 낫는다.

• 애들이 달걀을 먹으면 말 더듬는다.

• 이월 초하룻날 식전에 안손(여자 손님)이 다녀가면 그해의 병아리가 안된다.

▲ 정선 「등롱웅계(燈籠雄鷄)」 30.5 x 20.8cm 간송미술관.


• 닭이 장태(대나무살을 촘촘하게 엮어 만든 닭장) 위에서 울면 오던 비도 그치고 나무 위에서 울면 가뭄이 계속된다.

• 정월 보름날 마구간 판장(칸막이) 밑에 달걀을 묻으면 좋은 말을 낳는다.

• 병아리를 까서 수컷이 많으면 그해에는 남자의 일이 많고 암컷이 많으면 여자가 바쁘다.

• 터가 센 집에 흰 닭을 키우면 잡귀가 물러간다.

• 병아리가 암탉에게 업히거나 나무 위에 오르면 그해에는 비가 많다.

• 섣달 그믐날 아침에 닭이 열두 번을 울면 이듬해는 풍년.

• 온 동네 닭이 초저녁에 일제히 울면 동네에 경사.

• 첫날밤에 신부가 암탉 꿈을 꾸면 신랑이 병신.

• 싸움 잘하는 닭은 남의 집으로 달아난다.

• 자손이 없는 집에 흰 병아리가 태어나면 대길(大吉).

• 계집애가 닭의 발을 먹으면 길쌈(옷감을 짜거나 바느질) 잘한다.

• 계집애가 닭의 머리를 먹으면 그릇 깨진다.

▲ 정선 「계관만추(鷄冠晩雛)」 20.8 x 30.5cm 간송미술관.


• 닭이 천마리면 봉(鳳)이 한 마리.


• 매 키우는 집에 닭을 키우면 불결.

• 새집 짓고 3년 안에 닭을 키우면 안 된다.

• 개천가 집은 굿할 때 쓰는 닭 키우기에 제격.

• 닭이 이를 잡으면 비 온다.

• 닭이 멀리 나가 놀면 소값(牛價)이 오른다

• 남의 집 닭이 내 집에 왔을 때 쫓아도 안 가면 경사의 조짐.

• 병아리 농사가 첫 농사. 병아리 잘되면 그해는 풍년.

• 한집에서 두 사람이 닭을 키우면 안 된다.

• 닭이 높은데 올라가서 놀라는 꼴을 보면 집안에 재난이 있을 조짐.

• 정월 초하룻날이 유일(酉日)이면 그해 닭 농사가 잘된다.

• 동짓날 두부를 해 먹으면 닭이 잘된다.

▲ 변상벽 「자웅장추(雌雄將雛)」 30.0 x 46.0cm 간송미술관.


• 닭이 일찍 울면 서리가 많이 온다.


• 겨울에 닭이 나무에 오르면 눈이 많이 온다.

• 쌍달걀을 낳으면 아들을 낳는다.

• 첫닭 울 때 침 뱉으면 감기 안 든다.

• 초경(밤 일곱 시)에 닭이 울면 주인이 벼슬한다.

• 도둑맞은 집에서 닭발을 태우면 도둑놈이 손을 덴다.

• 닭이 사람이 침 뱉은 것을 먹으면 가뭄이 온다.


농경문화와 미신

 

문장들의 태반이 미신적인 믿음을 담고 있지만, 속담은 세시풍속을 담고 있는 만큼 짧은 글만으로도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삶을 영위하는 당시의 모습이 보이는듯하다.

밤에 '야외'에 있는 화장실을 간다거나, 반려문화가 없던 시절에 '가축'에 불과했던 개는 10년을 기르면 안 된다는 등,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속담도 100여 년 만에 한국인의 삶이 완전히 바뀌면서 생명력을 잃고 함께 사라졌다.


참고문헌:
• 朝鮮日報. 닭에關한俗談 (193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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