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웃픈 상황, 탈레반의 마네킹 참수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을 속전속결로 장악한 탈레반은 국제사회를 의식해 국민들은 기존처럼 생활하면 되고 여성들의 인권도 보장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아마도 그 말을 믿은 사람은 바보들 뿐이었겠지만,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상상 이상의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이 펼쳐지면서 다시 중세시대로 퇴보하고 있다.

코미디에서나 나올법한 사회풍자처럼 탈레반은 실제로 의류매장에 있는 마네킹의 참수를 명령했다. 이는 사람의 머리를 달고 있는 마네킹의 모습이 우상숭배를 금하는 이슬람교의 율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히잡을 착용한 의류매장의 마네킹

지난 탈레반 집권기(1996년~2001년)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파괴했던 바미얀 석불의 파괴도 이와 같은 이유였다.

■ 관련 글: 바미얀 석불의 파괴로 발견된 페르시아의 시모르그(Simorgh)

새해벽두부터 온라인에는 탈레반의 명령을 받아 마네킹의 목을 절단하는 여상이 퍼졌고, 문명사회의 비웃음과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 마네킹의 목을 톱으로 자르는 모습

마네킹 참수가 벌어진 곳은 아프가니스탄 서부에 위치한 제3의 도시 헤라트(Herat).

참수 명령을 내린 것은 종교장관 아지즈 라흐만(Aziz Rahman)이라는 인물로 "샤리아법에 따르면 여성의 얼굴은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이 보아서는 안된다. 따라서 사람의 모습을 한 마네킹도 얼굴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잘려나간 마네킹의 머리

이처럼 탈레반 중앙정권이 아무리 인권과 현대문명을 보장한다고 해도 지방당국의 장관이 신성한 종교경전을 들이대면서 무모한 짓을 하면 그 누구도 말릴 방법이 없다.

일부 매장은 스카프나 비닐봉지를 이용해 마네킹의 머리를 가리는 꼼수를 취해보기도 했지만 며칠 후 아지즈 라흐만 장관은 "만약 머리를 무엇으로든 가리려고만 한다면 당신들은 알라의 은총을 받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 머리부위를 가리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 완전히 잘라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의류매장의 사장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물론 현지에서 비싼 가격에 구입한 마네킹을 못쓰게 되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히잡이나 머리에 다는 여러 가지 액세서리의 판매율이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

▲ 마네킹의 머리가 사라진 헤라트의 의류매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라트 당국은 '원래 마네킹을 완전히 금지하려고 했으나 그나마 샤리아법을 관대하게 적용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이 그토록 원하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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