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유행했던 황당한 미신들

미신과 징크스는 시험 전날이나 아침에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미끄러진다거나, 반대로 철썩 붙으라고 엿을 선물하는 것 등의 형태로 남아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정도는 성공을 기원하는 절실한 마음으로 볼 수 있으나 종교적인 형태나 삶을 파괴하는 정도에 이르면 퇴치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과학적 사고가 덜 자리 잡았을 백 년 전 생활 속의 미신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 무녀(巫女)와 무당(巫堂, 박수무당)의 모습 ⓒ 『日本地理風俗大系』(新光社, 1930)

1934년, 세브란스의전 교수였던 이영준(李榮俊, 1896~1968) 박사는 사회에서 행해지는 미신과 민간요법들을 아래의 6가지 부문으로 정리하였다.

1. 건강론(健康論)
2. 병원론 (病原論)
3. 예방론(豫防論)
4. 치료론(治療諭)
5. 전염병론(傳染病論)
6. 부인병론(婦人病論)


1. 건강론


갓난아이의 탯줄을 잘라먹으면 몸이 든든해지고 병이 나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의 후산(後產, 태)을 먹으면 살이 찌고 무병하다.

백일동안 자기 소변으로 눈을 씻으면 눈이 밝고 선명해진다.

백일동안 자기 소변으로 매일 아침 양치하면 입병과 치통이 없어진다.

자기의 소변을 1년만 먹으면 위병이 없어진다.

갓난아이를 백일 동안 햇볕을 보이지 않게 하면 장수한다.

탯줄을 다른 사람의 이로 자르면 그 아이는 장래 건강하고 지혜가 있다.


2. 병원론


갓난아이의 앞머리를 많이 씻어주면 병이 많다.

어린애 낳은 지 7일 안에 상복을 입은 사람이 오면 어린아이가 죽는다.

아이를 낳은 지 3일 안에 집안에서 빨래를 하면 그 아이의 얼굴은 다갈색(茶褐色)이 된다.

일몰 후에 빨래 혹은 소제(掃除, 청소)를 하면 동리(洞里) 청년들은 병이 들게 된다.

집안사람이 여행을 떠난 후에 즉시 방안을 쓸어버리면 여행하는 사람의 발에 병이 난다.

목욕을 자주 하면 몸에 기름이 빠져서 병나기 쉽다.

전생에 남에게 못할 짓을 한 사람은 몸에 혹이 나거나 뿔이 나는 것이다.

대문을 고치거나 위치를 바꾸면 자식을 잃거나 죽이게 된다.


3. 예방론


염병(장티푸스) 예방에는 흙으로 만든 병을 대문 앞에 거꾸로 매달아 두어라.

괴질(호열자) 예방에는 대나무 잎을 자줏빛 헝겊으로 묶어서 병에다 꽂아둬라.

장질부사(장티푸스) 예방에는 독한 냄새나는 풀잎이나 풀뿌리를 맛있는 음식에 섞어서 문지방에 놓아두면 염병의 신이 다 도망간다.

▲ 장티푸스를 막기 위해 경성의 대문에 붙인 부적 ⓒ 『日本地理風俗大系』(新光社, 1930)

이웃집에 질병이 있거든 자기 집 문간에다 부적을 써 붙이고 헛쉐! 헛쉐! 세 번을 반복하라.

 

4. 치료론


춘기발동기(春機發動期, 사춘기) 전 남녀의 소변은 어떠한 어려운 병도 고칠 수 있다.

갓난아이의 감기에는 소똥을 젖에 개어서 먹이면 즉효를 본다.

입병이 나거든 인분(人糞)에서 나오는 구더기를 많이 얻어서 가루로 만들어 입에다 넣으면 즉효가 있다.

이가 아플 때는 변소에서 구더기를 잡아다가 넣어주면 즉효가 있다.

▲ 두통치료를 위해 환자의 형상을 그리고 머리에 낫을 찌른 모습 ⓒ 『日本地理風俗大系』(新光社, 1930)

얼굴에 종처(부스럼)가 있거든 처녀의 월경을 바르고 또한 마시면 즉효가 있다.

극히 어려운 폐병에는 다른 사람의 고환(睾丸)을 떼어먹으면 즉효가 있다.

학질(말라리아)에는 죽은 사람의 피가 제일 좋은 약이다.

학질 앓을 때에 환자의 등에다가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고 써서 붙이든지 경찰서 호출장을 갑자기 보이면 낫는다고 한다.

▲ 천하대장군 ⓒ 『朝鮮風俗風景寫眞帖』(朝鮮風俗硏究會, 1920)

문둥병에는 어린아이의 간이나 염통이나 여자의 유방이나 산모의 시체 속에서 꺼낸 태반이 영약(靈藥)이다. 또한 여자의 자궁을 먹으면 즉효를 본다.

간질병(지랄병)에는 환자가 남자면 여자의 정액(精液)을, 만일 환자가 여자면 남자의 정액을 마시면 즉효를 본다.

화류병, 특히 음질(陰疾, 임질)에는 개와 성교하면 그 병균이 개에게로 옮겨가는 동시에 병은 낫는다.

매독에는 시체에서 나오는 벌레를 잡아먹으면 즉효를 본다.

문둥병에는 사람의 뼈나 살 또는 뇌를 먹든지 사람의 담낭(膽囊)을 먹으면 즉효를 본다. 그 외에 여러 사람이 먹는 우물에 가서 남모르게 목욕을 하면 낫는다.

미친개에게 물리거든 3일 안에 돌 위에 있는 개똥을 먹여라.

열병을 앓거든 여자의 월경수를 마시든지 소와 입을 맞추면 즉효가 있느니라.

정신병 든 사람은 장님을 불러서 7일 이상 경을 잃고, 그래도 낫지 않거든 개가죽으로 관(冠)을 만들어 씌우고 복숭아나무로 때려줘라.

▲ 독경하는 맹인 ⓒ 『日本地理風俗大系』(新光社, 1930)

졸도한 환자는 여자의 월경수를 마시게 하라.

설사와 곽난(霍亂, 체하는 것)이 나거든 소똥을 먹여라.

눈병이 나거든 소고기 조각을 붙이게 하면 곧 나을 수 있다.

환자가 중태에 있을 때에는 밤에 다른 집으로 옮겨주면 곧 나을 수 있다.

눈병에는 동쪽을 향하여 나무에다가 얼굴을 그린 눈에 못을 박고 '천하태평춘(天下泰平春)'이라 써붙이면 곧 나을 수 있다.

가래톳이 서는 데는 그의 아버지의 이름을 거꾸로 써붙이면 효력이 있다.

기침에는 어린아이의 오줌이 즉효가 있다.


5. 전염병론


호열자(虎列剌)에는 고양이 피나 어린아이의 똥을 끓여먹으면 즉효가 있다.

성홍열(猩紅熱)에는 개똥을 먹이라.

장질부사에는 개통을 불에 태워서 얻은 재를 물에 타 먹이거나 말똥을 먹여라

두창(痘瘡, 마마)에는 마마로 죽은 아이의 시체를 보자기에 싸서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라. 그리하면 그 가족이 전부 환(患)을 면하리라.

▲ 전염병 예방을 위해 대문 위에 엄나무 가시더미를 얹은 모습 ⓒ 『日本地理風俗大系』(新光社, 1930)

마마에는 아무 약도 쓰지 말고 집안을 정숙하게 하면 열 사흗날 되는 날은 마마를 일으키게 하던 신이 떠나버리게 되는데, 그 신을 전송하는 의미에서 밤을 짚에 싸서 나뭇가지에 매달거나 길가에 내다 버리게 하라. 그리고 마마를 앓는 동안에는 집안에서 빨래도 하지 말고 닭이나 개 같은 것은 물론 그 외에 무슨 짐승이든지 죽이지 말 것이다.

어떠한 전염병이든지 사람의 똥을 집안에 매달아 두면 병독이 침입할 수 없느니라.

소변에 삶은 계란을 먹으면 전염병을 예방할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느니라.

단독(丹毒, 피부병)에는 환자 어머니의 소변이나 대변을 먹거나 뱀을 잡아서 회를 만들어 먹어라.

▲ 먹으로 병을 뜻하는 '개 구(狗)'를 쓰고 주변을 '호랑이 호(虎)'를 써서 병을 가두는 예방법 ⓒ 『日本地理風俗大系』(新光社, 1930)

유행성 감기에 걸렸을 때는 삐루병(맥주병)에 물을 담아서 환자의 문간에 달아두라.

유행성 감기는 '양반 죽은 귀신'이라 제일 먼저 양반이 살고 있는 동리를 침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귀신을 박대하면 달아나니 쌀, 보리, 조등을 혼합하여 밥을 지어서 소금과 된장 같은 것을 한데 싸가지고 나뭇가지에 매달거나 삼기로(三岐路, 삼거리)에 내다 버리면 즉시 완쾌하니라.

이질, 적리(赤痢)로 고생하거든 4~5년 묵은 간장을 홍문(肚門, 항문)으로 주입하여 주어라.


6. 부인병편


① 임신론

• 수태하고 싶거든 다른 여자의 월경대를 훔쳐다가 자기가 맬 것이다.

• 수태하기를 원하거든 아들을 많이 낳은 여자의 월경대를 도적질 해다가 자기가 매면 곧 수태하나니라.

• 수태를 원하거든 부처님의 코끝이나 손가락을 떼어다 불에 태워서 먹으면 즉시 잉태하나니라.

• 다른 사람의 태반을 도적질 하여다 먹으면 수태하는 것이다.

• 정월 사일, 스물한 집을 돌아다니면서 밥을 얻어먹으면 어린애를 밸 수 있느니라.


② 낙태론

소의 꼬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낙태되느니라.

부처님의 손가락이나 코끝을 잘라먹으면 낙태되느니라.


③ 순산론

• 밥상에다 백미와 미역을 놓고 산신(產神)을 즐겁게 하면 순산하느니라.

• 아들 많이 낳은 사람의 집 대문 안에 흙을 파서 술에 타 먹으면 순산하느니라.

• 후산이 잘 되지 않거든 갓난아이 씻은 물을 마시면 곧 후산이 된다.

• 후산이 아니 되거든 남자의 속옷을 불에 태워서 물에 타 먹으라.

• 제비집에 붙은 조개껍질을 떼먹으면 순산하느니라.


사회를 혼란하게 했던 미신


위의 민간요법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황당하기 그지없으며, 말라리아를 앓는 사람에게 '갑자기 경찰서 호출장을 보여주면 병이 도망간다'는 부분은 실소가 나올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 현대의 미신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문둥병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우물에 몰래 가서 목욕을 하면 낫는다'는 등 되려 전염병을 퍼뜨리는 행동이 권장되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고환을 떼어먹거나 아이의 내장을 먹으라'는 범죄행위까지 치료법으로 제시하는데, 실제로 이를 시행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했다.

1934년 개성부에서만 1년간 무당의 굿에 바치는 돈은 7~80만 원에 달했는데, 당시 개성에 하나뿐이었던 송도고등보통학교가 학교 운영을 위해 '30만 원 모금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이 돈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를 알 수 있다.

▲ 무당이 제사를 지내는 신전 ⓒ 『日本地理風俗大系』(新光社, 1930)

대중들의 무속에 대한 믿음은 강해서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집도 '가난을 벗어나는 길을 찾기 위해' 빚을 내어 굿이나 고사를 치렀고, 당연히 더 큰 고통에 시달리는 결말을 맞고 있었다.

▲ 산중의 불법 무당 암자

당시 조선 전역의 무당은 경찰에 따르면 1만 2천 명으로 조사되었으나 실제로는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었고, 이는 의생(醫生)을 포함한 의사 숫자(6,640명)에 비해 훨씬 많았다. 사람들은 병이 나면 무당에게 가서 굿을 하느라 돈을 다 써버리고 병을 위중하게 만든 다음에야 의료기관을 찾아가면서 병도 못 고치고 돈도 잃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그나마 늦지 않게 병원에 가서 완치된 경우에도 의사들 덕분에 병이 나았다고 생각하면 다행이었고, 목숨을 건진 이들 중에는 '결국 신통한 무당 말대로 나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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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재리 부부
    2022.04.06 10:07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