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모성애, '딸에게로 가는 계단'

- 계단이 있는 묘지
- 폭풍우를 무서워하던 딸 위해 제작

미국 미시시피 주 나체즈에 위치한 나체즈 시립묘지(Natchez City Cemetery)에는 특이한 무덤이 하나 있다.

비석과 기념물은 다른 무덤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마치 지하 물탱크 같은 구조물이 옆에 붙어있다. 무신경한 사람이 보면 '묘지와 붙어있는 관리실인가 보다' 하고 지나칠 정도.

하지만 당연히 무덤 근처에 그런 것을 만들 리가 없다. 대체 무슨 용도일까.

우선 무덤의 주인공은 플로렌스 아이린 포드(Florence Irene Ford)라는 이름으로 1861년 9월 3일생이다. 사망일자는 1871년 10월 30일. 즉 안타깝게도 채 열 번째 생일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 플로렌스의 묘비와 무덤을 내려다보는 수호천사

어린 여자아이는 1870년대 미국 남부에 유행하던 '황열병'으로 사망했다. 플로렌스의 어머니 엘렌(Ellen)은 사랑하는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딸의 장례를 앞두고 묘지 제작자에게 엘렌은 이상한 부탁을 했다.

"플로렌스의 관을 볼 수 있게 작은 창을 하나 달아주세요. 그리고 관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는 계단도 만들어주세요."

제작자는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었다. 1.8m 높이의 좁은 계단을 통해 관이 있는 곳까지 내려갈 수 있게 해 주었고 창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계단실 위에는 금속문을 달아 뚜껑처럼 여닫을 수도 있게 했다.

▲ 무덤으로 내려가는 계단. 창문은 공공기물파손 방지를 위해 지금은 콘크리트로 막혀있다.

엘렌이 이런 특이한 계단실을 만든 것은 딸의 두려움이 걱정되어서였다.

플로렌스는 생전에 어린아이답게 천둥과 번개를 너무 무서워했다. 번개가 칠 때면 엄마에게로 달려와 찰싹 붙어있었고, 엘렌은 그럴 때면 항상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면서 폭풍우로부터 딸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었다.

이제는 딸이 세상을 떠났음에도 엘렌은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무덤으로 와서 등불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 책을 읽어주곤 했다.

당시에는 전구도 없던 시절,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흑같은 밤의 공동묘지는 성인여성에게도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겠지만 딸이 홀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걱정이 공포를 이겨냈을 것이다.

엘렌이 딸을 위해 언제까지 계단을 내려갔는지는 알 수 없다. 1892년 11월 2일, 66세의 나이로 사망한 엘렌은 남편과 플로렌스의 무덤 근처에, 혹은 함께 안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 엘렌의 사망기사

현재 나체즈 시립묘지 측은 엘렌의 모성애를 기억하고 방문한 사람들이 그녀를 대신해 겁쟁이 플로렌스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위로해줄 수 있도록 일출부터 일몰까지 뚜껑을 열어두고 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