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 이야기들 ㉔ 스탈린의 희귀한 미소

워싱턴 포스트 소속의 사진작가 제임스 아베(James Abbe, 1883~1973)는 브로드웨이의 스타들을 촬영하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고 정치적으로 격변하던 유럽의 대도시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인 사진작가로는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를 최초로 촬영하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세계의 독재자들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1932년 4월 13일, 제임스 아베는 가족과 함께 소련을 방문하였는데 이때 모스크바의 크렘린에서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 1878~1953)을 만나 사상 최초로 그를 촬영한 외국인이 되었다.

처음 제임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이었다. 하지만 이를 훨씬 초과하여 30분간 촬영이 진행되었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까지 짓는 스탈린을 보면 상당히 좋은 인상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은은하게 미소짓는 스탈린의 모습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던 희귀한 장면이었기에 크렘린에서는 이 사진을 활용해 당시 흘러나오던 권력자의 건강이상설을 간단히 일축하기도 했다.

절대 권력자를 미소짓게 한 덕분이었는지 제임스는 소련당국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낼 수 있었고, 현지의 소유즈포토(Soyuzfoto)와 협력하면서 흔치 않은 소련의 뒷모습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공산주의의 성공내심 홍보하고 싶었던 소련도 제임스를 이용하기 위해 드니프로 수력발전소와 댐 등 거대한 프로젝트를 견학시켰다. 이를 본 제임스는 처음에는 소련이 빠르게 공업화에 성공한 것에 크게 감동했지만 이내 근처의 호텔에서 제대로 된 차와 빵, 설탕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또한 이 예리한 사진작가의 눈에는 웅장하고 거대한 소련의 건축물보다도 노동자들의 허름한 옷차림과 지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 드니프로 댐 근처에서 배급을 받기 위한 줄을 선 모습

자유롭게 소련에 머무는 7개월 동안 제임스는 낮에는 황량한 거리에서 굶주리고 있는 농민들을, 밤에는 소련의 고위층들이 캐비어와 안심스테이크가 가득한 테이블에서 파티를 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 길에 쓰러진 소련 주민 / 파티를 하는 소련 고위층

비록 독재자와 친밀한 사진을 찍어 신뢰를 얻은 사진작가였지만 소련이 감추고 싶은 예민한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자 소련당국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결국 그는 '짐을 싸서 떠나라'는 명령을 받은 후 어린아들의 바지에 그동안 촬영한 필름을 숨겨 반출했다.

▲ 제임스 아베와 딸(1945년) ⓒ Gabriel Moulin

미국으로 돌아온 제임스 아베는 라디오 평론가로 활동하며 사진업계를 떠났다. 하지만 훗날 회고록에서 유럽의 독재자들을 만나 두려움없이 사진을 찍던 시기를 '내 인생의 황금기'로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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