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 이야기들 ㊳ 1909년, 뉴욕 지하철의 여성전용칸

지하철로 보이는 객차 안에 여성들만 잔뜩 앉아있는 모습. 광고판 아래 붙어있는 종이에 적힌 '이 차량은 여성전용입니다(This Car Reserved Exclusively For Women)'라는 문구가 지하철 여성전용차량임을 말해주고 있다.

온라인에는 '1901년', '1909년', '1919년'등 사진의 촬영시점이 100년도 넘은 만큼 다양한 연대로 표기되고 있는데, 이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여성들의 옷차림이나 모자패션이 에드워드 시대(1901~1914)의 전형적인 풍경이지만, 다들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만이 있는 것으로 이것이 일반적으로 운행 중인 객차의 풍경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제복을 입은 차장이 운전석이 아닌 객차의 정면에 서있는 것으로 보아 정차한 상태에서 언론보도용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 지하철 광고중 왼쪽의 코카콜라 로고는 지금과 큰 변화가 없지만 아래 'fatigue'라는 카피를 통해 코카콜라가 피로회복제로 판매되던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이 찍힌 곳은 뉴욕 허드슨 강 아래를 지나 동쪽의 뉴욕시와 서쪽의 뉴저지주 저지시티를 잇는 지하철 노선인 허드슨 튜브(Hudson Tubes)로 사진작가 에드윈 레빅(Edwin Levick, 1868~1929)이 촬영하였다.

▲ 허드슨 튜브 위치

이 노선의 정식 개통은 업타운 허드슨 튜브가 1908년 2월 26일, 다운타운 허드슨 튜브가 1909년 7월 19일이지만 시범운행은 몇 달 전부터 시행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출퇴근 시간(아침 7시~9시, 오후 4시 30분~7시) 객차의 마지막 칸에 여성전용칸을 시범적으로 운용하였다.

여성전용칸의 시행초기에는 탑승자수가 늘며 큰 화제가 되었고, 이에 개통 5년이 지난 뉴욕지하철 노선 전체에 정식으로 채택하는 것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오고 갔다.

▲ 지하철 창가에 붙은 '여성전용칸' 문구

하지만 당시 여성전용칸은 여성자치연맹을 제외하면 여성운동가들로부터도 딱히 환영받지 못했다. 작가이자 여성선거권론자였던 아이다 허스테드 하퍼(Ida Husted Harper, 1851~1931)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을 위한 전용칸은 남자들로 하여금 나머지 칸은 전부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전용칸을 벗어나 다른 차량으로 넘어가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녀는 "남녀를 갈라놓는 것보다는 객차 안에 있는 남성들의 친절함과 배려심에 희망을 갖자"라고 말했다.

▲ 아이다 허스테드 하퍼(좌) / 릴리 데브뢰 블레이크(우)

역시 같은 여류작가이자 여성선거권론자였던 릴리 데브뢰 블레이크(Lillie Devereux Blake, 1833~1913)도 "나는 우리 뉴욕 남성들을 같은 차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짐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여성전용칸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즉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것을 배려가 아닌, 여성을 나약한 인종으로 격하시키는 차별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었다. 이에 여성전용칸은 서프러제트 카(Suffragette Cars: 여성선거권론자 전용차량), 메리위도우 카(Merry Widow Car: 과부 전용 차량)등으로 불리며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 영국 여성참정권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2015)'

결국 허드슨 튜브의 여성전용칸은 등장 초기에는 신선한 의도로 많은 여성들이 탑승하긴 했지만 점차 탑승자수가 감소했고 시범운행은 7월 1일까지 시행된 후 종료되었다.

초조해진 여성자치연맹은 공공서비스위원회가 여성전용칸을 허드슨 튜브에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고, 이 사진도 그런 노력이 일어나던 시기에 촬영되었다. 즉 사진 속의 여성들은 여성자치연맹의 멤버들일 가능성이 높다.

▲ 같은 날에 촬영된 다른 사진

이와 같은 노력에도 결국 여성전용칸은 1909년 8월 3일 공공서비스위원회의 반대에 따라 채택되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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