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 이야기들 ㊸ 컴퓨터 도입 전 NASA의 풍경?

NASA가 컴퓨터를 도입하기 전 연구원들이 손으로 계산하는 모습이라고 알려진 사진.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은 사실 보자마자 설정으로 찍은 것임을 알 수 있는 사진이다.

여러 명의 과학자들이 칠판에 계산을 하는 상황이라면 썼다 지웠다 한 지저분한 흔적이 많아야 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실수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작성되어있다. 무엇보다 사진에 붙은 제목과는 달리 계산의 흔적은 전혀 없고 방정식들만 빼곡하게 적혀있는 것도 설정의 증거이다.

게다가 이 정도의 양이라면 글씨를 작게 써서 연구원들끼리 종이에 인쇄해서 공유해도 되는 것이고, 칠판에 작성한다 해도 가로 방향으로 돌리면 사다리를 이용할 필요도 없이 더 편할 것이다. 즉 잡지와 같은 출판물에 쓰일 사진을 위해 억지로 세로 형태로 구성해 촬영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 밤새워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깔끔한 정장과 구두에 넥타이핀까지 꽂고 있을리가 없다.

또한 'NASA가 컴퓨터를 도입하기 전'이라는 문장 자체가 오류다. 나사는 1958년 7월 29일 발족하였으며, 이때는 이미 최초의 컴퓨터인 ABC(어태너소프-베리 컴퓨터)가 개발된 지 16년이나 흐른 뒤였다.

▲ 1960년, NASA에서 운용중인 PACE 231R 아날로그 컴퓨터

물론 NASA 출범 이전에도 나중에 통합된 산하 연구기관들이 운영 중이었지만 그곳에서도 컴퓨터는 이미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었다.

▲ 1956년, 글렌연구센터의 PACE 16-31R. NASA 출범이후 통합되었다.

이 오류 때문인지 '1961년, 파워포인트가 나오기 전 NASA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변형된 제목으로 떠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바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딘가의 주차장으로 보이는 야외이다.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집중이 힘든 외부에서 여러 명이 칠판에 붙어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 촬영이 언제 끝나냐는 듯 쳐다보는 모습

사실 이들은 1957년 10월 10일, LIFE지의 요청으로 천문학자 사무엘 헤릭(Samuel Herrick, 1911~1974)이 칠판에 작성한 위성궤도 방정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과학자들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여섯 명이지만 칠판의 필체는 동일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

10월 10일이라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1957년 10월 4일)'가 발사된 지 일주일 정도가 흐른 시점이다.

즉 이 사진은 냉전시대의 경쟁국가인 소련이 우주개발에서 한 발 앞서 나가자 다급해진 미국의 언론사가 자국의 우주개발과 관련된 기사를 쓰기 위해 설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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