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 이야기들 (61) 2001년, 세계무역센터의 지친 구조견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세계무역센터가 알카에다의 테러로 붕괴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343명, 경찰관 72명이 사망했고 이는 전체 희생자 2,977명의 10%를 넘는다.


또한 엉망진창이 된 잔해 속에 묻혀있는 사람들을 수색하는 현장에 구조대원들과 세트로 다니는 수색구조견(Search and Rescue Dog)들이 빠질 수 없었다.

위의 사진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생존자들을 20시간 연속으로 수색한 후 지쳐서 곯아떨어진 저먼셰퍼드 구조견의 애처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 목숨을 걸고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견 '라일리'(2010년 2월 사망)

전 세계에서 온 구조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체력보다도 우울증이었다.

잔해 속에서 시신만 연이어 발견되면서 임무에 실패를 거듭한 구조견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이때를 계기로 구조견 훈련에는 시신을 수색하는 프로그램이 정착되었다.


▲ 수색 첫 날, 구조견 '워프(Worf)'는 소방관 시신 두 구를 발견했다.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은 워프는 식사를 중단했고, 작업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구조대원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잔해에 묻혀있는 생존자인척' 연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까지 했다.

잔해 사이에 묻혀있는 (가짜)생존자를 발견한 개들은 뿌듯함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렇게 9.11 테러 이후 현장에서 밤낮으로 활약한 구조견들은 350여 마리에 달했다.

▲ 사고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아폴로'(2006년 11월 사망) /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가장 작은 개 '리키'

 

9.11 최후의 구조견

 

한편 9.11 구조작업에 참여한 수색구조견 중 마지막까지 생존한 것은 '브리타니(Bretagne)'라는 이름의 2살짜리 골든 리트리버였다.

▲ 구조견 브리타니와 조련사 콜리스

테러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조련사 데니스 콜리스(Denise Corliss)와 현장에 도착한 브리타니는 텍사스 테스크포스 1팀과 함께 10일 동안 12시간 교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다. 이후 브리타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와 이반(Ivan)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희생자를 수색하며 활약하였다.

▲ 9.11 수색현장의 콜리스와 브리타니

그러던 2016년 6월 6일,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 투입된 최후의 구조견 브리타니가 1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 2014년, 사고 후 처음으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초청받은 브리타니

골든 리트리버의 평균수명이 10~12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브리타니는 상당한 고령이었다. 자연스럽게 노화로 인한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었고, 마지막 몇 년간은 계단을 오를 수도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먹는 것조차 멈추는 시간이 오자 조련사 콜리스는 이제 녀석을 놔줄 때가 왔다는 결심을 했고, 슬픔에 빠진 그녀를 보며 불안해하는 브리타니를 안고 마지막 밤을 보냈다.

▲ 2015년, 16세 생일을 맞아 뉴욕에 초청받은 브리타니를 위해 준비한 타임스퀘어 광고


다음날, 텍사스 사이프레스의 페어필드 동물병원 앞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 브리타니의 마지막 모습

차에서 내린 브리타니의 앞에는 사이페어 의용소방대(Cy-Fair Volunteer Fire Department)와 15년 전 뉴욕에서 함께 구조활동을 펼쳤던 텍사스 테스크포스 1팀의 대원들이 나와있었던 것이다.

▲ 텍사스 사이프레스에 세워진 브리타니 추모비

이들은 9.11 최후의 구조견 앞에 모두 도열해 그동안의 봉사에 대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네발 달린 동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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