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에 소련이 만든 '물 통조림'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기한 통조림' 리스트에는 소련 시대에 제조된 '물 통조림'이 눈에 띈다.

현대사회에서 생수는 흔한 것을 넘어 생필품이 된 지 오래지만 플라스틱과 유리에 담겨 나오는 경우는 있어도 물 통조림은 찾아보기 힘든 재질의 용기.

대체 소련은 왜 물 통조림을 생산한 것일까.

흔히 알려져 있듯이 사람은 물 없이는 3일 이상을 버티기 힘들지만, 물이 있다면 건강상태에 따라 30일에서 50일까지도 생존이 가능하다.

과거 소련당국은 사고와 조난 등 극한상황에 처해졌을 경우, 고립된 사람들이 최대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 당연히 변질되지 않은 물을 공급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이에 잠수함이나 선박에는 사고를 대비하여 비상식량공급계획에 따라 물 통조림을 물품리스트에 포함하였다.

다만 플라스틱병은 보존기한이 짧고 자외선에 쉽게 물이 변질되는 데다가 선박에 흔한 쥐들의 공격으로 훼손될 수 있었기에 제외되었고, 유리병은 깨지기 쉽고 무거운 무게 때문에 결국 튼튼하고 완벽한 보존이 가능한 통조림 스타일이 채택되었다.

물 통조림이 처음 생산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소련군의 물 통조림 규정이 1962년에 처음 등장했고 199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것으로 볼 때 냉전기간 동안 계속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 물 통조림은 함께 포함된 캔따개로 구멍을 두 개 뚫어서 마실 수 있었다.

규정에 따르면 저장된 물 통조림은 탈진된 상황일지라도 바로 주어지지 않았다. 조난자들은 비축된 물을 소비하고 극도로 생명이 위협을 받는 경우에만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배급되는 '최후의 생명줄'이었다.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일반선원은 평상시 물 통조림이 있는 곳에 함부로 접근도 할 수 없었다.

▲ 현대에는 알루미늄 호일에 담긴 생수가 제공된다.

당시 소련이 제조한 통조림 내부에 들어있는 물은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끓인 물 240ml에 아스코르브산(비타민C)이 첨가되었는데, 이 물을 마셔본 소련군 출신의 증언에 따르면 쓴맛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맛없는 물이었다 해도 '이 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는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그 어떤 물보다 꿀맛이었을 것이다.

이런 물 통조림은 냉전시대에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도 군용품으로 생산되었다.

▲ 미국에서 제조된 물 통조림

현재는 소련 시대와 같이 통조림 타입은 아니지만 '캔 워터(Canned water)'라 불리는 알루미늄 캔에 담긴 생수가 국내외에서 출시되고 있다.

▲ 국산 캔워터 클룹(CLOOP)과 펩시의 아쿠아피나(Aquafina)

캔 워터는 특이한 상품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과 친환경제품인 알루미늄 캔을 선호하는 그린슈머(Greensumer)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궁극적인 목적인 플라스틱이 퇴출되는 미래까지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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