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주차장이 된 야스다은행(安田銀行) 경성지점

'한일은행 옛 본점'에 관한 포스팅을 작성하다가 서로 다른 건물이 같은 건물로 소개된 사례를 보게 되었다.

아래의 두 건물은 얼핏 비슷해 보여 둘 다 한일은행 옛 본점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있지만 자세히 비교해 보면 다른 건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왼쪽이 한일은행 옛 본점으로 정면의 인조대리석 기둥이 오른쪽에 비해 2개 더 많은 6개이고 창문의 구조와 층수도 차이가 있다.

오른쪽 건물은 야스다은행(安田銀行, 안전은행) 경성지점이었다. '충무로 입구(忠武路入口)'라고 적힌 간이정류장 안내판은 이곳이 서울임을 보여준다.

건물의 정문 주변으로 '평화는 멸공으로 건설은 저축으로', '전재 입은 우리강토 저축으로 부흥하자', '국민저축운동 강조기간'등의 반공표어와 함께 '한국상공은행 소공동지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표어를 통해 6.25전쟁 직후임을 알 수 있고, 한국상공은행은 한국신탁은행과 합병하여 1954년 10월 1일에 한국흥업은행(韓國興業銀行)으로 발족하였으므로 사진이 찍힌 시기는 두 사건의 사이인 1953년 7월~1954년 9월로 축소된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의 옷차림을 통해 날씨가 아주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기인 1953년 가을, 혹은 1954년의 봄에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할 수 있다.

▲ 같은 시기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현 신세계백화점)옥상에서 촬영한 소공동 일대. 왼쪽부터 조선은행 본점(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조선실업은행(현 한국은행 소공별관), 야스다은행 경성지점(현 한국은행 주차장). 오른쪽 붉은벽돌 건물은 경성우편국(현 서울중앙우체국)이다.

▲ 야스다은행 경성지점 로고

야스다은행 경성지점은 일본 토목회사 오쿠라구미(大倉組)가 19만 9,870원에 공사를 낙찰받았고, 1934년 12월 5일 지진제를 거행하고 착공에 들어가 1935년 9월에 준공되었다.

근대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연건평 348평. 비슷한 생김새인 한일은행 옛 본점의 1/4 크기였다.


▲ 1935년, 신축 직후의 야스다은행 경성지점

해방 후 미군정 시기에는 이 건물에 외환업무를 위한 환금은행(換金銀行)이 설립되어 운영되었다.

대한민국 건국 후에는 위의 사진에 나온 대로 한국상공은행 소공동지점으로 운영되다가 신탁은행과 합병 후 한국흥업은행이 되었으며, 민영화를 거쳐 1958년 한일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하고 한일은행 소공동지점으로 승계되어 활용되었다.

▲ 1960년, 한일은행 소공동지점 광고

1960년대 중반에는 바로 옆에 있던 상업은행이 부지를 늘리고자 한일은행 소공동지점과 자사의 명동지점을 교환하자고 제의하기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고, 상업은행은 그 자리에 지상 12층 건물을 신축했다.(현 한국은행 소공별관)

또 1969년에는 한국 최초의 철골공사법을 적용한 23층 규모의 한진빌딩이 우측에 신축되기 시작했다.

▲ 1969년, 신축된 상업은행과 한진빌딩 사이에 갇힌 한일은행 소공동지점

이 과정에서 한진상사가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한 타워를 짓기로 하여 상업은행이 본점 뒤에 있는 차고 70평을 내주고 한일은행이 26.5평의 검사소 사무실을 내주었다. 신축된 주차타워의 소유권은 3자가 공유하는 방식이었고 이 건물은 지금도 남아있다.

이렇게 한일은행 소공동지점은 고층건물 사이에 갇힌 형태가 되었지만 70년대 중반까지도 서울시내 은행점포 예금고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복덩이였다. 하지만 한진빌딩 1층으로 일부 부서를 옮기고, 1977년 8월에는 본점 신축을 앞두고 (구)경향신문사옥을 매입해 임시이전하면서 한일은행 소공동지점은 점점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

▲ 1969년 한진빌딩으로 외국부(外國部)이전 안내와 1977년 본점 임시이전 안내

이후 1980년, '소공동 제4지구 재개발사업계획'에 따라 일대의 5층 이하의 건물은 모두 철거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 건물은 '야스다은행 경성지점'으로 들어선 지 45년 만에 다섯 차례 이름을 바꾸고 헐리게 되었다.

▲ 주차타워와 주차장이 된 한일은행 소공동지점 터

과거 한일은행 소공동지점이 있던 자리는 1970년에 지어진 주차타워만 남아있고 나머지 부지는 한국은행 전용주차장이 되어 근대건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 1973년 2월 15일, 한진빌딩 1층에 있었던 한일은행 별관과 같은 구도로 본 현재 우리은행 소공동지점

한진빌딩 1층으로 이전했던 한일은행 외국부(外國部)와 외자부(外資部)는 외환위기 이후 한빛은행에 이어 현재 우리은행 소공동지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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