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 - 1,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는 광적인 애묘인이었다.

1931년부터 1938년 사이에 플로리다 주(州) 키웨스트에 살았던 헤밍웨이는 1935년에 친구였던 스탠리 덱스터(Stanley Dexter) 선장으로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바로 이 고양이가 그가 가장 사랑했던 「스노우볼(Snowball)」이었다.

《헤밍웨이와 스노우볼》

그런데 스노우볼은 여섯 개의 발가락을 가진 다지증 고양이(polydactyl cat)였다.

다섯 개도 예쁜데 여섯 개의 젤리를 가진 스노우볼을 너무나도 사랑한 헤밍웨이는 귀염둥이 스노우볼을 위해 집 마당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구조로 개조해주기까지 했다.

스노우볼은 헤밍웨이가 글을 쓰고 있는 활동 중에 타자기 위에 올라가더라도 혼이 나지 않는 유일한 생명체였고, 심지어 헤밍웨이는 식탁에서 스노우볼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였다.

《노벨문학상 집사》

1961년 헤밍웨이가 자살한 후, 버니스 딕슨(Bernice Dixon)에게 팔린 키웨스트의 집은 이제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50마리 정도의 고양이들이 집을 지키고 있다. 이중에는 스노우볼의 후손인 다지증 고양이들이 절반 이상의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스노우볼의 후손들》

이런 유명 집사와의 사연으로 다지증 고양이는 권투장갑 고양이, 벙어리장갑 고양이, 엄지 고양이라는 별명도 있지만 '헤밍웨이 고양이'라는 애칭이 가장 유명하다.

논란:
헤밍웨이의 아들 중 한 명은 헤밍웨이가 키웨스트가 아닌 쿠바에서 스노우볼을 길렀다고 주장한다.

쿠바를 좋아했던 헤밍웨이는 수도 아바나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데 파울라(San Francisco de Paula)에 있는 별장 '핀카 비히아(Finca Vigía)' 에서 가족들과 거주했는데 그중에는 고양이들도 있었다. 어쨌든 현재 키웨스트의 고양이들이 여섯 개의 발가락 때문에 누가 봐도 스노우볼의 후손인 것만은 확실하다.

 


● 법정에 선 스노우볼의 후손들

하지만 평화롭게 박물관을 지킬 것 같던 스노우볼의 후손들은 소송에 휘말렸다.

2003년, 키웨스트의 박물관을 다녀간 한 방문객이 '이 고양이들은 호객행위를 하는 데 사용되고 있고 야간에는 방치되고 있으며 사료나 치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것 같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이 원인이었다.

즉각 조사에 들어간 미국 농무부(USDA) 역시 헤밍웨이 박물관의 고양이들은 '전시의 목적'이므로 1966년 시행된 동물복지법에 의해 동물원이나 서커스의 동물들과 동등한 법 적용을 받아 연방정부의 관리하에 있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각 고양이마다 인식표를 부착하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막기 위해 밤에는 케이지에 넣고 건물 꼭대기에는 펜스를 설치하고 고양이들을 살필 야간 경비원을 고용하라고 박물관측에 요구했다.

이후에도 만약 위반사항이 나올 경우 1마리당 200달러의 벌금(하루에 1만 달러인 셈)이 부과되며, 만일 이 규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모든 고양이를 압수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울타리에 갖힌 박물관 고양이들》

하지만 박물관 측은 이 고양이들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박물관의 상징이며 일생을 이곳에서 살다가 죽는 고양이들이기 때문에 전시가 아닌 자연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곳은 키웨스트에서 고양이가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며 많은 지역주민들이 고양이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며 사랑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게다가 굳이 펜스를 만들지 않더라도 다른 고양이들이 들어오면 왔지 헤밍웨이 고양이들이 영역의 바깥으로 나간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기나긴 공방 끝에 두 기관은 매주 수의사 방문과 질 좋은 사료 제공, 그리고 USDA의 규정 준수 등의 조건에 합의했다.

 

-최초등록: 2013.03.19.
-최종수정: 2021.03.11.

댓글(3)

  • 롯매기
    2013.04.05 10:29

    잘 보고 갑니다 :)

    고양이를 사랑할 작가들 넘 좋네요 ^^!

  • 아하하
    2013.05.11 21:29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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