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움직인 남자의 집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한자 그대로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 는 뜻으로,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수록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어리석고 무모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한가지일에 매진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이야기

북산(北山)이라는 곳에 우공(愚公)이라는 90세의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노인의 집앞에는 둘레가 700리나 되고 만길이나 되는 높이의 태항산(太行山)과 왕옥산(王屋山)이 가로막고 있어 볼일이 있을때는 산을 둘러서 가야하는 불편함이 컸습니다

어느날, 우공은 반대하는 가족들을 설득하여 다음날부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산을 옮기는 작업. 즉, 흙을 퍼다가 지게에 지고 발해만(渤海灣)까지 가서 버리는 것으로 한번 왕복에만 1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노인의 친구인 지수는 금방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한 일을 우공이 멈추지 않자 웃으며 만류했습니다

"이보게 이제 여생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편히 쉬지 뭐하러 그런 고생을 사서하나?" 

그러자 우공은 "내가 죽으면 내아들이, 아들이 죽으면 손자가 계속 할것이네. 산은 더이상 높아질 일이 없을테니 대를 이어 공사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평탄해지겠지"

이 말을 엿들은 두 산의 산신령들은 즉시 옥황상제에게 달려가 우공을 말려주기를 간청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옥황상제는 두 산을 들어 하나는 삭동(朔東)에 두고 하나는 옹남(雍南)에 옮겨두게 하였습니다


'티끌모아 태산' 이니 '우공이산' 이니 하는 교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선 눈앞의 결과에 급급한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이고, 고사성어 속의 '산을 옮겼다' 는 내용은 손에 닿지 않을만큼 너무나 허무맹랑해서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고지식한 훈계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옥황상제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혼자 힘으로 놀라운 공사를 완수했습니다


가난한 노동자에 문맹이었던 다슈라트 만지(Dashrath Manjhi)는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州)에 그의 아내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일하고 있던 그에게 점심을 가져오던 아내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지만, 부부가 살던 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무려 70km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마을은 바위산의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고 의사가 있는 도시로 가려면 길이 나있지 않은 험준한 산을 내려와 빙 둘러서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내는 병원으로 가던 도중 사망하였고, 다슈라트 만지는 큰 상실감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사람이 같은 슬픔을 겪게 되지 않기를 바랐고, 그 오랜 세월동안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끌과 로프, 망치를 구입하기 위해 자신의 염소를 팔아 산을 횡단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드는 공사에 착수한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아내를 잃은 남자가 실성했다고 생각했으며 비웃는데에 그치지 않고 그를 헐뜯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1960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그는 1982년까지 무려 22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을 깎아 길이 110m, 너비 9.1m, 높이 7.6m에 달하는 도로를 산 정상에 만들어냈습니다

<다슈라트 만지가 만든 도로가 횡단하는 구간>


이 도로덕분에 산 주변에 있는 두 마을간의 거리는 55km에서 15km까지 단축되었으며, 차량이 지나다니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오랜시간동안 마을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던 그는 영웅이 되었고, 다슈라트 만지는 비하르주(州)의 지사를 만나 도로에 추가적으로 쇄석을 깔아 포장해주기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도로의 모습>


'산을 움직인 남자' 라는 칭호로 불리었던 다슈라트 만지는 말년에 담낭암으로 고통받다가 2007년 8월 17일, 전인도 의학연구소(AIIMS)에서 73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습니다
비하르주(州)는 주정부 주관 장례식을 거행하여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의 마지막 길을 칭송했습니다


다슈라트 만지는 도로하나만 남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사망 후, 비하르주(州)의 수상은 3km길이의 또다른 단축도로 건설 프로젝트에 '다슈라트 만지 길' 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그의 정신을 기렸습니다
게다가 그의 이름을 딴 '다슈라트 만지 병원' 이 그가 살던 마을에 곧 세워질 예정입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가난한 마을의 주민들은 병원까지 가는 길이 크게 단축되었다해도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다슈라트 만지는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산을 움직인 것뿐만 아니라 병원까지 옮겨버렸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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