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터법을 쓰지 않는 이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모든 단위에 미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만이 자신들만의 단위계를 사용한다.

미터법과 미국 단위계 외에 영국식 야드파운드법을 쓰는 나라는 영국(미터법 혼용), 캐나다(미터법 혼용), 미얀마(야드파운드 단독 사용), 라이베리아(야드파운드 단독 사용)가 있다.

 

▲ 국가별 미터법 사용현황

보통의 국가라면 쓰거나 말거나 상관없지만 세계 최강대국이자 메이저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인지라 신문기사나 스포츠 중계를 볼 때면 외국인들은 야드와 마일을 미터법으로 환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미터법(the metric system)'은 1795년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장 밥티스트 들랑브르(Jean-Baptiste-Joseph Delambre, 1749∼1822)와 피에르 메샹(Pierre-Francois-Andre Mechain, 1744∼1804)이 프랑스의 덩케르크 지역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이의 자오선 중 일부분을 측정한 뒤 전체 길이를 추산하면서 '미터'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기원이다.

이후 프랑스는 1799년 6월 세계최초로 미터를 국가표준단위로 공포하였다. 하지만 프랑스 대중들은 과거의 단위들을 쉽사리 버리지 않았고, 결국 1840년 법률로써 강제로 집행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눈대중으로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단위지만 이처럼 미터법이 자리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 MLB 팬들에게는 익숙한 피트(FT)와 마일(MPH)

사실 미국도 공식적으로는 1866년에 미터법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자유를 기치로 건 나라에서 새로운 단위법은 프랑스처럼 강요되지 않았고 위헌 논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1975년에는 미터 전환법이 제정되었으나, 이 또한 전환시한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기에 자리 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익숙함에 더해 미국민들이 갖고 있는 세계경제의 리더이자 정치지도국으로써의 저항심리까지 발휘되어 미터법의 미국 대륙 침투는 오랜 시간 가로막혔고, 지난 한 세기 이상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지속되면서 미터법 전환에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

예를 들면 NASA의 경우, 우주계획의 모든 소프트웨어와 문서의 단위들을 미터법으로 변환하는 데는 약 3억 7천만 달러가 소요되는 방대한 작업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직구의 시대에 너무나 불편한 미국 단위계

G1 국가로써의 자존심에 더해 실생활에서는 불편함이 없으니 도입에 실패했지만 흥미로운 것은 건강과 목숨이 달린 분야에서만큼은 어쩔 수 없는 듯 미국도 의약계만큼은 미터법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미국 기업의 30%는 미터법을 도입하고 있는 등 최강대국일지라 하더라도 손해가 큰 분야에서는 미터법을 쓸 수밖에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항공업계에서는 '리터'가 아닌 'US갤런(gal)'이 사용되고 있는 등 국제표준의 세계는 영향력과 권력의 전장이라 할 수 있다.

▲ 미국의 고집

하지만 당장의 혼란과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터법이 실생활이나 경제에 더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므로 언젠가는 미국이 미터법을 온전히 받아들일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실제로 1994년에는 '포장 및 표시에 관한 법'을 개정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 단위계와 미터법을 혼용하고 있고 점차 미터법 단일화를 추진하는 추세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도 근, 척 등의 단위가 흔하게 쓰였지만 1959년 미터조약에 가입하면서 1961년 계량법을 제정(법률 제615호)했다.

▲ '계량의 혁명' 미터법 / 동아일보 1963.06.06

한국 역시 미터법이 척관법을 넘어 주도적인 계량단위로 자리 잡는 데는 20년 이상이 소요되었고, 1983년부터는 건물과 토지에 사용되는 '평'단위도 공식 사용은 금지되었으며 현재는 광고와 상거래 등에서만 남아서 혼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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