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위대한 민주주의에 도전했던 흉악범(?)

1947년 2월 9일, 러시아 소비에트연방 사회주의 공화국(RSFSR)의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대외적으로 선거는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소련 측 주장) 소련 헌법'에 따라 비밀투표로 치러졌다.

 

우리를 대표할 인물들을 민주적으로 뽑는다는 희열 속에 투표소의 분위기는 축제와 다름없었는데, 게시판에는 단 한 명의 후보만이 적혀있었다. 이는 공산당+무소속의 단일후보로 정당위원회에 의해 사전 승인된 인물. 즉 사실상 찬반투표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식인이나 언론인들은 침묵하였고 절차상의 문제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총 15개 지구에서 치러진 이 선거는 99.97%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98.92%가 공산당+무소속 후보에게 ‘찬성’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이름: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부릴로프
생년월일: 1891년
거주지: 몰로토프 지구(현재의 페름)
직업: 양봉가
근무지: 집단농장 양봉 분과
형량: 8년

 

하지만 몰로토프 지구의 반대 투표함에서 반동스러운 용지가 발견되었다.
용지에는 그냥 반대도 아닌 ‘까메디야(Комедия, 코미디)’라는 비꼬는 듯한 단어가 적혀있었다. 분노한 공산당원들은 즉각 범인 색출에 들어갔는데 잡혀온 자는 집단농장 소속의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부릴로프(56세)라는 남자였다.

 

《당시 투표용지》

소련 정부의 투표가 비밀을 보장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이런 일을 저지른 이반은 집단농장에서 양봉 작업을 맡고 있는 힘없는 노동자였다.
전체주의적이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꿀벌들의 왕국을 직접 컨트롤하는 남자의 눈에 그 미물들이 하는 짓과 너무나 흡사한 소련의 투표를 민주적이라고 하니 정말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악명 높은 소련 형법 제58조에 따라 반혁명 선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릴로프는 ‘왜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느냐’라며 8년의 징역형과 2년의 선거권 박탈에 처해졌다.

부릴로프는 즉각 “저는 나이도 많고 협동농장의 우수한 일꾼입니다”라며 RSFSR 대법원에 항소를 제출했다.


그는 자신의 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1929년 전국 농업박람회에서 딴 은메달과 2차 대전 기간 중의 우수 농민에게 수여하는 사회주의 농업가 배지를 첨부했다. 하지만 오랜 재판을 거쳐 1949년 8월 15일, 대법원은 ‘부릴로프의 요청은 기각한다. 몰로토프 법원의 판결은 유효하다’라며 굴라크(강제수용소)로의 즉각 입소를 명령했다.

 

위대한 소련의 민주주의를 헐뜯고 농담을 일삼는 흉악한 무리들을 적절히 처단하고 격리하는 것은 인민의 계몽을 위한 최고의 본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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