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매너 지적으로 살펴보는 일제시대의 전차 분위기

■ 전차와 부인(婦人)

인구가 많고 교통이 복잡해진 도회지에 있어서 전차는 없어선 안될 필수품 중의 하나이다.

아침과 저녁으로 통학하는 학생, 회사원을 비롯하여 어른 아이 늙은이 젊은이 여자 남자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의 공동물이므로 때로는 외국 손님들까지 한 지붕 밑에 앉아서 같은 수레를 타고 같은 방향의 길을 가고 있는, 말하자면 잠시 인연을 맺고 있는 사이라 서로 미울 것도 고울 것도 없을 것이나 구태여 다른 사람에게 불유쾌한 감정을 일으키지 않을 만한 예의쯤은 지키는 것이 좋을듯하다.

 

▲ 유창상회 근처를 지나는 전차, 1930년대

전차에 앉아서 가래침을 탁 뱉어 손바닥으로 쓰슥 문지르고 계신 영감님네나 속옷 가랑이까지 들추어 자랑을 하면서 전차비를 꺼내려 수선을 떨며 '노리깡'을 찾으시는 아낙네들은 한 손을 접어본다 치더라도 그만한 상식은 가져 보임직한 젊은 부인네 중에서도 입을 헤 벌리고 앉아서 각색 병균을 환영하는 이와 반대로 줄을 붙잡고 서서 손수건도 입에 안대인 채 캑캑 기침으로 앉은 이들에게 병균을 방송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더구나 자기가 내릴 장소도 잊어버리고 앉았다가 전차가 떠나려고 땡땡 소리가 날 때에 비로소 "아이구머니"를 연방 부르며 옆에 사람을 떠다밀고 발등을 밟으며 당황하며 서둘러대는 부인네도 계시다.

또 어떤 때는 아주 말쑥하게 차린 최첨단의 신여성이 꾸러미를 잔뜩 여러개 안고 올라온다. 옆에 앉았던 신사가 부시시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면 머리 한번 숙여 보이지 않고 "암 그래야 옳지"하는 태도로 얼른 앉아버린다.

대체 조선에 서투른 외국 사람이 전차를 타고 앉아서 이 여러가지 광경을 본다면 얼굴에 근육이 찡그러졌다 펴졌다 움츠러졌다 일금 5전 어치 구경이 상당할 것이다.

동성 제군이여! 우리 전차에 오르거든 입은 딱 다물고 기침을 할 때에는 수건으로 입을 막고 전차비쯤은 손쉽게 준비해두고 남의 발등을 밟거나 옆사람을 떠다 밀치지 말고 앞사람을 따라 순서대로 오르고 내리는 것이 어떠할까!

또 신사양반이 자리를 비켜줄 때 모른척하고 살짝 돌아서는 것도 실례지만 잠깐 고개를 숙여 고마운 표시를 하면서 앉는 것이 교양 있는 여성으로 숙녀답지 아니할까 생각한다. (황신덕)

 

【매일신보 1938.09.21】

 

노리깡: のりケース, のり缶(のりかん)에서 유래된 말로 추정. 김을 넣는 통에 돈을 넣어서 지갑처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