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짧은 도개교, 버뮤다 '서머셋 브리지(Somerset Bridge)'

대서양에 있는 영국 해외영토인 버뮤다의 서머셋 브리지(Somerset Bridge)는 버뮤다 본토와 서머셋 섬의 남단을 연결하는 다리이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가는데 5초 정도 걸릴 듯한 모습의 작은 다리지만 무려 배가 지나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도개교(跳開橋)이다.

 

▲ 서머셋 브리지

사실 다리 상판이 양쪽으로 들리는 웅장함이 도개교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인데, 서머셋 브리지 역시 비록 수동이지만 다리의 일부 상판을 걷어내는 방식으로「세계에서 가장 짧은 도개교」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미니 도개교 건설 배경

 

오늘날에는 10개의 다리가 버뮤다 본토와 8개의 섬을 잇고 있지만, 17세기에는 배가 버뮤다 지역의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다.

 

▲ 서머셋 브리지 위치

1620년 8월 1일, 세인트조지스에서 열린 버뮤다 최초의 의회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서머셋 브리지를 포함해 3개의 다리를 건설하기로 결정한다.

 

▲ 1930년대의 서머셋 브리지

당시 버뮤다 주민들에게는 강한 남서풍으로 인해 주변 해역을 건너는 것조차 목숨을 거는 일상이었다. 이때 출현한 것이 슬루프(sloop)라 불리는 소형 범선의 일종으로 돛이 길게 솟아있는 형태였다.

 

섬의 근해는 어차피 대형 배는 지나갈 수 없는 수심이기에 서머셋 브리지를 건축한 사람들은 굳이 거대한 도개교는 필요 없다는 것에 착안하여 다리 중앙에 딱 높은 돛대만 지나갈 간격(약 56cm)을 두고 목재패널로 덮을 수 있게 만들었다.

 

▲ 상판의 패널을 수동으로 걷어내는 모습

슬루프(sloop)가 다리에 접근하면 다리 위의 사람들이 패널을 들어냈고 마치 주차요원처럼 돛이 손상을 입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게 항해를 도운 다음, 배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패널을 덮어 사람과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정상적인 도로로 원상 복구시킨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섬의 이동시간을 단축하고 배가 지나가기에도 용이한 도개교를 사용하던 것이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졌다.


버뮤다의 상징이 된 서머셋 브리지


현대에 들어서며 자동차 사용이 증가하고 배의 사용은 현저히 줄어들자 버뮤다 정부는 노후화된 도개교의 공식 사용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09년 발행된 버뮤다 20달러 지폐 뒷면에 서머셋 브리지가 인쇄되었으며 2015년에는 역사유물로 지정되었다.

 

▲ 버뮤다 20달러 지폐의 서머셋 브리지

실제로 보면 규모도 작고 초라해 관광객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서머셋 브리지는 수백 년간 주민들의 시간 소요를 단축시켜준 작지만 거대한 건축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도 유일무이한 도개교로 부산의 영도대교가 있다. 1934년 11월 23일에 준공될 당시에는 '부산대교'라는 이름으로 개통하였다.

 

▲ 영도대교(影島大橋) ⓒ korailtravel.com

90여 년 전 개통된 다리는 오랜 사용으로 노후화되어 안정성 문제로 철거하였고, 2013년 11월 27일 같은 이름으로 복원하여 현재 하루 한 번 오후 2시에 15분간 교량의 상판을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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