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축년 대홍수, 하와이 교포들이 보낸 수재의연금 수표의 모습

- 모국 대수재와 동포애의 결정
- 내지 대홍수의 급전을 받고 하와이 동포들이 의금 모집



●포와(布哇)에서 또 1000원 송치


- 지모경애(至慕敬愛)하는 김성수 선생 귀하

일전 귀지 신문의 보도로 모국의 큰 홍수가 있었다는 서러운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자세한 소식을 듣고자 밤낮으로 좌불안석하다가 귀사의 답전을 봉독하고 마음이 상처나고 생각이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르겠나이다.

해마다 계속하여 그치지 않는 이 비참한 보도는 참으로 우리의 심장을 찢어내는 듯하여 서러운 눈물이 우리의 옷깃을 적셔 언제나 마르지 않는 이때에 또다시 이런 비참한 소식이 여기에까지 이르오리까?

세사인정(世事人情)의 무상함을 원한하는 동시에 자연과 인위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다만 간절히 상제(上帝)를 향하여 피와 눈물로 기도드릴 따름이었나이다. 슬프다! 동기(同氣)는 서로 구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건만 책임은 중대하고 길은 멀고 머니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으리까?

감히 우리는 동포애의 지성만 가지고 우리의 정력을 다하여 보려고 결심하고 모국동포구제회를 조직하고 구제금 수집에 착수하였는데, 우선 우리 동포 중에서 들어온 금액 일화(日貨) 일천 원(미화 408달러)을 조선은행권으로 바꾸어 드리오니 다만 바라옵건대 선생은 구제회에 교부하여서 구제사업에 만일을 도와주시옵소서.

《1925년 조선은행 수표》

이 약소한 금품이 비록 창해일속(滄海一粟)의 감이 없지 아니하오나 다만 동포애의 참정신만 표한 결정체이외다. 동정금 기부인 씨명록(氏名錄)을 동봉하오며 다만 때를 따라 청안(靑眼)하시기를 빌어 올리나이다.

- 8월 31일 교제(敎弟) 김영섭 배상

《1925.09.27 동아일보》


위는 1925년, 하와이 교포들이 을축년 대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조선동포들에게 동아일보사를 통해 십시일반 모은 수재의연금을 보낸 기사로 당시 조선은행 수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본문의 '포와(布哇)'는 하와이의 음역어이다.


수신인은 김성수(金性洙, 1891~1955)로 동아일보 창립자이자 당시 사주였으며,
발신인 김영섭(金永燮, 1888~1950)은 목사 출신으로 광복 후 초대 하와이 주재 총영사를 지낸 인물이다.

당시 408달러는 2021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6,132달러(한화 약 700만 원)이다.


Reference:
- 동아일보. 모국 대수재와 동포애의 결정 (1925.09.27)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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