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의 로고가격은 230만원?



아디다스(adidas)의 간결하고 무게감 있는 삼선 로고는 유명메이커 로고의 범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상표입니다

그런데, 이 삼선 로고의 단독권리를 가지기 위해 아디다스가 들인 금액은 단돈 1,600유로(한화 약 23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 원조 삼선 '까르후(Karhu)'


한국에서는 핀란드하면 '노키아(NOKIA)' 혹은 '자일리톨(xylitol)' 이 떠오르게 되는데요

바로 이 자일리톨은 핀란드의 자작나무의 수액에서 채취하게 됩니다



이처럼 핀란드의 풍부한 자작나무를 이용해 스키제품을 만들어내는 'Ab Sportartiklar Oy'라는 이름의 스포츠용품업체가 1916년에 등장했습니다

1920년대에 이르러 핀란드어로 '곰'을 의미하는 'Karhu'라는 이름으로 바꾼 이 회사는 우수한 품질의 런닝화들을 제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날으는 핀란드인들(Flying Finns)' 의 첫번째 세대로 불리는 한네스 콜레마이넨(Hannes Kolehmainen)을 필두로 빌레 리톨라(Ville Ritola)가 까르후(Karhu)의 트랙화를 신고 핀란드 중장거리의 힘을 세계에 떨쳤으며, 올림픽에서만 9개의 금메달을 따낸 핀란드의 국민영웅 파보 누르미(Paavo Nurmi)역시 까르후 트랙화의 수혜자였습니다

(날으는 핀란드인: 파보 누르미 이야기)


전세계의 육상트랙을 지배했던 핀란드의 슈퍼스타들 덕분에 현재의 나이키에 버금가는 지위를 차지한 까르후는 1930년대에는 스키용품등 동계스포츠에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의 전쟁기간에는 위장복, 군용 텐트, 군용 스키, 군화까지 만들어 납품합니다




1930년대의 유례없는 세계 대공황도 막지못했던 까르후의 성장은 1950년대에 이르러 정점에 달합니다 

마라토너로서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유일한 선수로 유명한 에밀 자토펙(Emil Zatopek)외  많은 선수들이 까르후 신발을 신고 1952년 핀란드 헬싱키 올림픽을 말그대로 '장악' 합니다 (간기관차: 에밀 자토펙)



<에밀 자토펙이 1952년 올림픽에서 신었던 까르후 스파이크>



결국 자사의 실용적이고 기술적인 레벨이 세계최고 수준임을 스포츠계에 각인시킨 까르후는 대중적인 명성까지 얻어내며 세계 최고의 운동화 제조업체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까르후는 무게를 분산시키고 무릎에 주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신발에 스프링을 달자' 는 아이디어로 공기 쿠션 솔, 즉 현재의 에어 쿠션 신발들을 발명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또, 신발 바닥을 더 두껍게 하기 위해 안창과 겉창 사이에 샌드위치 형으로 삽입한 중창(Midsole) 기술을 개발하여 발의 안정성과 쿠셔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도 하였습니다




-로고와 기업의 운명까지 사들인 '아디다스(adidas)'


그러나 운명의 1950년대 중반.

현재의 기준에서 보면 '머리에 총맞았다' 라고 표현할정도의 일이 벌어집니다

당시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독일의 신생 브랜드 '아디다스'에게 삼선 로고를 1600유로(한화 약230만원)에 팔아넘긴 것입니다

후발주자로 운동화업계에 뛰어든 아디다스는 1949년부터 삼선무늬를 사용해왔는데 창업자 아디 다슬러(Adi Dassler)가 업계동향파악차 방문한 1952년 올림픽에서 삼선로고를 까르후가 이미 사용중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이 로고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아디다스는 로고의 단독사용권을 까르후사(社)로부터 완전히 사오게 됩니다



사실 까르후의 판단은 당시의 기준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Karhu의 핀란드어 의미인 '곰'과 세줄 무늬는 전혀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로고의 교체를 고려하던 시점이기도 하였고, 당시는 로고의 중요성이 그리 부각되던 시절도 아니었습니다

기술력과 명성이 탄탄했던 업계의 큰형님 입장에서 이제 막 출범한 구멍가게나 다름없던 아디다스에게 돈도 받아내면서 큰 선심을 쓰는 모양새였습니다


<현재의 로고, 신발의 M자 로고는 디자이너 Mäntylä의 이름에서 유래>


결국 기업의 행운까지 로고와 함께 넘어간 것처럼 현재 아디다스와 까르후의 위치는 완전히 뒤바뀌었고 어찌보면 핀란드의 자존심이기도 한 까르후사(社)는 2008년, 네덜란드계 미국인에게 매각되기도 합니다 

이 두 회사의 엇갈린 운명은 과거 기술력에 가려 외면당한 '로고' 라는 가치에 주목한 아디다스 창업자의 혜안이 순간의 선택으로 작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핀란드의 국기(國技) 페사팔로>


까르후는 아디다스에게 영광을 빼았겼지만 현재도 여전히 핀란드 육상국가대표팀과 핀란드식 야구인 페사팔로(Pesäpallo)등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2005년 글로벌스포츠스타일 시상식에서 '올해의 운동화'를 수상했고, 2009년에는 'Karhu Fulcrum strong' 모델이 러너스 월드 매거진(Runner's World magazine) 에서 선정한 '베스트 데뷔' 상을 수상하는 등 여전히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Karhu 브랜드의 스키는 한해 약 20만쌍이 핀란드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며 독일, 스웨덴, 일본등지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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