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프고 암울한 '톰과 제리' 이야기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해지면 어른이 된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갈데 없는 둘리를 받아주고 먹여주고 재워주지만, 말썽꾸러기 둘리와 친구들때문에 다치고 집이 망가지는 참사까지 겪게되는 고길동의 처지를 커가면서 이해하게 되는 것인데요


이와 비슷한 해외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톰과 제리' 가 있습니다


<파수꾼의 직분에 충실한 톰>


톰은 고양이의 본분으로 집에 쥐구멍을 파고 부엌의 음식을 훔쳐먹는 생쥐를 쫓는 것인데 어린시절에는 제리가 잡힐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 '톰과 제리의 결말' 패러디


그런데, 얼마전 '톰과 제리의 결말' 이라는 8컷 만화가 올라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만화의 내용은 보시다시피 '톰의 머리를 다치게 한 제리는 구속되고, 톰은 불구가 되어 병원에 입원' 한다는 결말인데요

톰과 제리의 활달한 모습만을 기억하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동심을 파괴하는 내용이라 언론에서도 아래와 같이 흥미롭게 다루었습니다


톰과 제리 마지막회, 톰은 병원-제리는 감옥행… 동심파괴 결말 '충격' (경인일보)


톰과제리 마지막회 “충격 결말…어린이 만화 맞나?” (헤럴드 경제)


톰과제리 마지막회?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아츠 뉴스)


톰과 제리 마지막회, 반전+충격 결말 ‘식스센스이후 최대 반전’ (서울신문)


톰과제리 마지막회, 폭행-입원-감옥행 “동심은 어디에?” (뉴데일리)


톰과 제리 마지막회, 사랑과 전쟁급?…"이게 진짜일 리 없어!" (SBS CNBC)


톰과 제리 마지막회 "헉...이건 만화가 아니무니다" (대전일보)



하지만 톰과 제리의 결말은 사실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까지도 워너 홈비디오(Warner Home Video)에서는 계속해서 신작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톰과 제리-로빈후드(2012), 톰과 제리 셜록홈즈를 만나다(2010), 톰과 제리-오즈의 마법사(2011)>


슬픈 결말이 허구로 밝혀짐에 따라 사람들은 안심(?)했지만, 실제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 중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서글프고 현실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 톰과 제리의 서글픈 결말


바로, 1956년에 방영된 'Blue Cat Blues' 라는 단편입니다



제리에게 당하면서도 고양이 특유의 활달함을 잃지 않던 톰이 웬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열차교각 위에 앉아있는 것으로 만화는 시작합니다




그 위에서는 그의 오랜 벗, 생쥐 제리가 연신 한숨을 쉬며 안됐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맛이 한참 간 눈으로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톰.

이제 만화는 어째서 이런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이전의 상황들을 보여줍니다




어느 날,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톰은 지나가던 도도한 암컷 고양이에게 반하게 됩니다




같이 놀던 제리가 말려보지만 첫눈에 반한 사랑에 장사 없습니다




톰은 온갖 우스운 꼴로 개인기를 선사하고 잡다한 시중을 들면서 그녀의 마음을 갖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담배연기도 돈모양으로 나올정도의 부자 '부치'>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톰의 라이벌, 가진게 돈밖에 없는 부치(Mr. Butch)의 눈에 그녀가 띄었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순정파 톰은 꽃을 꺾어 가져가 보지만 그녀는 이미 부치가 보낸 화환을 몸에 두르고 있네요




이에 비장의 무기 향수를 꺼내지만, 부치가 보낸 '향수 탱크로리' 도착합니다




이제 '어어 저러면 안되는데..' 라는 상황으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가진 재산을 몽땅 털어내는 고양이 톰. 의외로 톰이 알부자였네요




전재산으로 구입한 다이아반지를 그녀에게 선물하지만, 도도한 암컷은 다짜고짜 돋보기부터 꺼내들어 사랑의 크기가 아닌 다이아의 크기를 가늠합니다




그리고 톰이 가져온 다이아반지의 크기가 한심하다는듯, 누군가에게 받은(당연히 부치겠죠) 대왕 다이아반지를 꺼내 보여줍니다

'날 사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라는 듯 말이죠




지금부터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톰은 312개월 할부로 차량을 구입하고, 고리 대출에 노예계약, 팔다리 다 떼주며 있는돈 없는돈 끌어대기 시작합니다




자랑스레 새로 구입한 차를 끌고 가봐도, 부치에게는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노력을 알아봐주지 않는 사랑 앞에서, 노력을 해도 따라갈 수 없는 어마어마한 녀석을 상대로 돌아오는 것은 절망뿐이죠




상심한 톰을 제리가 설득하고 위로해보지만 어떤말로도 소용이 없습니다

실연을 겪어본 성인들은 공감하는 장면이겠지만, 이것은 아동용 만화라는 사실.

그래도 아동만화라고 술 대신 우유로 대체하지만 이미 내용에서 아동만화의 선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급기야 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는 톰의 앞으로 그 순간 물을 뿌리고 지나가는 차가 있었으니..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부치와 그녀가 방금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떠나는 차량이었습니다

요즘 만화나 디즈니 만화 같았으면 톰의 지극한 사랑을 여자가 알아주거나 혹은 여자가 꽃뱀이었다거나 부치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거나 하는 내용으로 톰의 사랑 쟁취기가 이어졌을 법도 하지만, 그런거 없습니다




이것이 톰이 오프닝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레일 위에 앉아있던 이유였습니다

사실, 사랑잃고 돈잃고 몸도 저당잡히고.. 살아도 암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아동만화에 자살은 아닌데 말이죠




제리는 톰이 안됐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사진을 꺼내보며 안심합니다

이렇게 남의 불행은 자신이 겪기전까지는 '측은' 하게 여기면서도 몸에 와닿지 않는 법이죠



<우리도 방금 결혼했어요>


이때 보란듯이 제리 앞으로 지나가는 생쥐 커플의 예식차량..

작가가 시나리오 구상전에 졸부에게 애인이라도 뺏긴건지 주인공 캐릭터들의 운명을 마구 짓밟습니다



<아동만화에 단독도 아니고 동반자살이라니>


제리는 톰의 옆으로 가고 톰은 조금 비켜앉아 제리의 자리를 마련해줍니다

이렇게 둘은 처음으로 같은 입장에 놓인 상황을 공감하며 함께 인생을 끝낼 준비를 합니다




이 단편은 다가오는 열차의 굉음과 경적소리로 둘의 죽음을 암시하며 그냥 그대로 끝납니다

성인의 입장에서봐도 암울하게 다가오는 이 내용은 도저히 5세 관람가의 만화로 보여지지 않는데요

전혀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 만화의 교훈은 대체 뭘까요..'여자는 다 똑같다?''사랑은 허무하다?''돈이면 다된다?'


위의 8컷만화  '제리에게 톰이 맞아서 불구가 되고 제리는 구속된다' 는 여기에 비하면 양반일 정도입니다

의외로 이런 현실적인 내용이 세상사는데 교훈이 되지 않겠냐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것도 청소년급은 되어야 해당되는 말이겠죠



하지만, 고전 애니메이션들에는 의외로 이런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콘돔이 캐릭터로 나오는가 하면 자살을 다루거나 매춘부를 등장시키고 마약흡입에 아기를 때리고 죽이는 내용도 다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요즘 TV가 아이들에게 유해하고 옛날이 훈훈했을거라는 막연한 추측과는 반대로, 어쨌든 아동인권과 유해성 기준은 되돌아보면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것을 고전자료들을 보면 이렇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