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의 황당한 정신질환 치료법

 


2013년 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에 따르면, 소말리아는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위험한 국가입니다. 케냐,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 나라는 아프리카 최대의 빈국 중 하나로 내전과 가난에 이어 범죄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으며 이런 혼돈의 상태는 국민들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반쯤 미치지 않고는' 제 정신으로 살기힘든 상황속에서 카트(Khat)라고 불리우는 마약이 많은 이들을 중독으로 내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추산 소말리아 전체 인구의 30% 우울증 및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현황입니다이것은 세계 평균인 10%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카트: Khat 또는 QAT, 학명은 Catha edulis로 암페타민(중추 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과 비슷한 자극을 주며이는 흥분과 도취감(euphoria)을 유발합니다복용을 중단하면 무기력, 가벼운 우울증, 악몽, 약간의 경련이 금단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소말리아에서는 인구의 61% 이상이 카트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그 중 18%는 습관적으로, 21%는 때때로 복용한다고 합니다. 이미 1980년에 세계 보건기구(WHO)는 카트를 '마약'으로 분류했으며, 이 작물의 재배는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곳에서 감시 중에 있습니다.


국가의 극단적인 빈곤상태와 더불어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 정부의 무대책 덕분에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의사나 병원은 전무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신질환이 '병원에 가야 할 질병' 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소말리아인들은 몸에 아무런 아픔도 상처도 없는 정신질환은 악령에 씌인 것으로 과학적인 병원 치료와는 상관없다고 여기고 있으며 코란의 도움에 의해 치유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돈과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결국 소말리아에는 민간요법을 빙자한 미신이 난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행하는 퇴마요법은 제3자의 눈에는 폭행과 고문에 가까운 치료(?)를 수반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치료법은 '하이에나 요법'입니다.
소말리아인들에게 하이에나는 악령을 포함하여 모든 영혼을 볼 수 있는 동물로 믿겨지고 있습니다. 
항상 명랑하게 웃는 하이에나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을 치료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관절염에 좋은 고양이', '정력에 좋은 물개' 타령을 하는 한국의 일부 미신추종자들과 별 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이에나의 밝은 미소


하이에나의 우리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인간이 들어가게 되면, 하이에나는 당연하게도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인간을 물고 할퀴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하이에나 요법의 핵심으로 하이에나가 공격을 심하게 하면 할수록 심각한 악령에 빙의된 것입니다
Dr. 하이에나가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마법의 힘을 사용하고 환자가 끝까지 살아있는 경우 그 환자는 치료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환자, 특히 어린이의 경우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하지만 의사(?)로 훈련된 하이에나에게 받는 치료는 진짜 정신과 의사에게 받는 진료비보다 훨씬 비싼 560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이 돈은 보통의 소말리아 가정의 월 수입 190달러를 훌쩍 뛰어넘습니다.(1인당 GDP=$600)
가난한 소말리아인들은 3개월치의 급여를 쓸 여유가 없습니다. 결국 훈련되지 않은 야생의 하이에나에게 치료를 받고자 나무에 환자를 묶어두거나 아무곳에나 쇠사슬로 묶고 방치해 둡니다. 현재 소말리아 전역에는 이렇게 방치된 환자들이 1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쇠사슬에 묶여 방치된 정신질환자


다행히 이런 행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압디라만 알리 아왈레(Abdirahman Ali Awale), 일명 Dr. Habeeb이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Dr. Habeeb 2005, 젊은이들에게 맞고있는 여성 정신질환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고 소말리아 최초의 정신병원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의 의학 경력은 세계보건기구에서 3개월간의 연수를 받은게 전부입니다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말리아 전역에서 가장 권위있는 정신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미쳤어! 악령이 씌였다구 빨리 쇠사슬로 묶어!

"쇠사슬로 그만 묶으세요! 가족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Dr. Habeeb의 병원으로 데려오세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그를 쇠사슬로 묶지 않습니다"

압디라만 알리 아왈레가 하루 세번 방송하는 라디오 광고의 오프닝입니다
그는 이 광고를 통해 정신질환이 질병의 일종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병원에는 매일 수십명의 환자가 새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으로 온 환자들은 그나마 현명한 가족을 만난 일부 행운아에 국한됩니다. 이 사람들은 정신 질환을 앓는 와중에 구타와 고문을 경험한 사람들이며 눈앞에서 살해되는 친구들을 목격한 사람들입니다.

나무에 묶인 환자들을 구하러 다니는 모습


200511월에 개원한 이후 Dr. Habeeb 15,000여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여전히 침상은 모자란 상태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 처리하는 관계로 건강까지 악화되어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전혀 손을 놓을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그는 소말리아에 가난과 질병의 구제 작업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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