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외화 <천사들의 합창> 이모저모



<천사들의 합창>은 어린이 외화 사상 가장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어린이 드라마답지 않게 인종차별, 빈부격차, 종교문제등의 주제를 놓고 묵직한 돌직구를 던져대던 모습에 울고웃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 <천사들의 합창>의 원작


<천사들의 합창> 에 대한 추억담이 쓰여진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 '역시 원작이 제일 재미있다', '2탄은 재미가 없더라' 같은 글들을 많이 보셨을겁니다

하지만 사실 <천사들의 합창>은 원작이 아니라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유명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아벨 산타 크루스(Abel Santa Cruz)의 '하신타 피치마우이다 선생님' 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책을 써낸 계기가 된 작품. 즉 책의 원작이 따로 또 있습니다



- 1966년작 


1966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아벨 산타 크루스가 대본을 쓴 <하신타 피치마우이다 선생님>이라는 TV시리즈가 방송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20세의 에반헬리나 살라자르가 선생님 역을 맡았습니다>


이후 '하신타 피치마우이다' 는 가상의 캐릭터이지만 아르헨티나인들 사이에서는 아름답고 헌신적인 선생님의 상징이 됩니다

그러자 아벨 산타 크루스는  하신타 피치마우이다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쓰게 됩니다

이 책이 바로 위에 나온 책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천사들의 합창>의 기본스토리가 됩니다

결국 드라마 대본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소설이 쓰여졌고 다시 을 바탕으로 드라마가 제작된 셈입니다



- 1974년작


1974년, <하신타 피치마우이다(Jacinta Pichimahuida)선생님> 이 새로운 스토리로 제작되어 방영됩니다

제목은 66년작과 같지만 내용은 새로 쓰여진 책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19세의 마리아 데 엥헬레스 메드라노가 선생님 역할을 맡았습니다>



- 1982년작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흘러 새로운 리메이크작이 제작됩니다



전작들이 1년간 방송된것과는 달리 1982년부터 1985년까지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끈 시리즈였습니다

제목도 조금 각색되어 <아가씨 선생님(Señorita maestra)> 이었습니다

전작의 선생님들이 20세 정도의 나이로 연기를 펼친데 반해 당시 31세의 크리스티나 르메르시에(Cristina Lemercier)가 선생님역을 맡아서인지 더욱 교사로서의 카리스마와 포용력이 뛰어났던 시리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인기는 <천사들의 합창>이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습니다



-1989년작


1989년, 멕시코의 TELEVISA S.A. 방송국이 원작의 판권을 구입, 각색하여 제작에 들어갑니다

그 뒤는 알다시피 <천사들의 합창>은 대히트를 쳤고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 <천사들의 합창>의 등장인물들


원제는 '어린이들의 회전목마(Carrusel de Niños)' 였으며, 한국에서는 <천사들의 합창>으로 방영되었습니다

방영권을 구입한 국가중 한국은 유일한 아시아국가였습니다

워낙 인기가 있었던 탓에 <천사들의 합창 배우들의 현재모습>같은 포스팅은 쉽게 검색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요배역 몇명과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히메나 선생님(Ximena Fernández) / 배우 : Gabriela Rivero


원작의 '하신타 피치마우이다' 선생님이 멕시코 버전에서는 '히메나 페르난데스' 라는 이름으로 각색됩니다



모델이자 댄서로 시작해 성공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가브리엘라 리베로(1964년생)'가 캐스팅되었는데요

 

위키백과나 온라인에는 미스 멕시코 출신이라는 정보가 퍼져있는데 잘못된 정보입니다

저도 혹시나 해서 가브리엘라 리베로가 6살때부터인 70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쭉 미스 멕시코들을 훑어봤는데 '가브리엘라 리베로'의 이름은 없었습니다(역대 미스 멕시코)

아마도 군소미인대회 참가경력이 해외에는 미스멕시코 출신으로 부풀려져서 알려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브리엘라 리베로는 이 작품 이전에 이미 <El camino secreto> 라는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유망한 배우였고, <천사들의 합창>으로 중남미권의 글로벌스타가 됩니다



현재는 세딸의 어머니로 연기활동은 계속하고 있지만,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역대 히메나 선생님>




- 시릴로(Cirilo) / 배우: Pedro Javier Viveros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등의 사회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속의 모든 문제들이 농축된 흑인소년입니다

가난해서 친구들에게서 조롱을 받기 일쑤였고 어찌보면 답답하리만큼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이었는데요 

인종차별을 당하는 가난한 흑인소년의 그런 태도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기 아동드라마가 대부분 '가난하지만 진취적인', '어려운 환경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반해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하고 패배자적인 모습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역대 시릴로>


하지만, 당하기만 하는 흑인소년 캐릭터는 오히려 인종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를 보고나면 흑인 학생은 '불쌍하고 가난하며 능력도 없는데 주제도 모르고 백인을 좋아하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뇌리에 남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쨌든 시릴로의 운명은 드라마속에서 극적으로 바뀌고 해피엔딩을 맞게됩니다

아버지가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어 꿈도 못꾸던 포르쉐 911 미니자동차를 구입하기까지 합니다

당시에는 시릴로가 잘돼서 훈훈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당시 멕시코 흑인 빈민의 현실이 답이 없으면 복권으로 가난 탈출을 시킬수 밖에 없었을까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봐도 너의 미래는 로또당첨밖에 답이없다>

 

만약 이 드라마가 한국드라마였다면 현실적으로 아버지가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혹은 시릴로가 음악이나 운동에 재능을 발견해서 학교의 영웅이 된다거나 하는 스토리로 만들었을텐데 작가는 '그 확률보다는 복권당첨될 확률이 훨씬 높다' 라는 결론에 이른셈이니까요

하긴 멕시코라서 복권이라도 당첨되지 아르헨티나의 원작소설에는 그런 해피엔딩조차도 없을 정도로 흑인빈민의 현실은 참담했습니다 


시릴로의 실제 배우는 부모가 에콰도르 이민자 출신으로 80년대에 멕시코로 이민을 왔습니다




- 마리아 호아키나(María Joaquina Villaseñor) / 배우: Ludwika Paleta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로 설정된 백인 금발소녀 캐릭터입니다

다른 애들하고 닿으면 병균이 옮는다는 이유로 하얀 장갑을 끼고 다니는데 흑인소년 시릴로가 장갑을 주워주니 그대로 버린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입니다


<역대 마리아 호아키나>

 

그런데 아버지가 유명한 의학박사이며 의외로 딸과는 반대로 아주 선한 분입니다

<천사들의 합창>에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나쁜 어른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철없는' 아이들의 문제들을 부각시키고 '모범적인' 어른들을 보여주며 편견을 해소하고자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당시 남미권의 빈부갈등과 인종차별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반증이었습니다


<82년작 에뗄비나(가수), 89년작 마리아 호아키나(배우)>


이 시리즈의 금발소녀들은 74년작의 그라시엘라 씨메르가 유명을 달리하긴 했지만, 대부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천사들의 합창>의 마리아 호아키나역을 맡은 루드비카 팔레타(ludwika paleta)는 데뷔작인 이 드라마로 멕시코의 아이돌로 떠올랐고 지금까지도 슈퍼스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벌레라도 본듯한 짜증연기와 청순한 눈물연기>


이처럼 <천사들의 합창>이 성공한 이유에는 마리아 호아키나(루드비카 팔레타)의 타고난 연기력과 미모도 한몫을 했습니다. 가끔 웃는 연기를 해도 냉기가 흘렀고 인종차별을 하며 짜증을 내면 TV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이 일게하는 아역답지 않은 명품연기를 펼쳤습니다


<이게 디질라고 진짜>


그런데, 그녀의 이런 모습은 연기나 가식이 아니라 실제 모습인것 같습니다

2010년 허리케인 알렉스가 멕시코를 덮쳐 큰 피해를 준 사건이 있었는데요


<난장판이 된 몬테레이>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몬테레이에 폭우가 오면? 마카로니 스프를 끓이면 돼지~" 라는 농담을 날려 큰 비난을 받고 결국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유명배우가 강원도 폭설피해 사진을 보고 "야 솜사탕같네 맛있겠다!" 라고 한거와 비슷한거죠


결국 그녀는 "제 발언으로 상심하신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불행한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고 바보같은 농담을 했습니다. 상황을 긍적적으로 보기위한 농담이었지만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라며 논란이 된 트위터의 글을 삭제했습니다


<전남편과 불륜남>

 

그녀는 20세에 결혼을 했고 2008년, 10년간의 결혼생활을 본인의 불륜의혹으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결국 바람의 끝은 길지않아 2010년 7월에는 불륜의 대상이었던 쿠바출신의 연하남 알베르토 게레라(Alberto Guerra)와 관계를 끝냈다고 트위터를 통해 알렸습니다



그런데, 2013년 1월 9일 멕시코의 정치가 에밀리아노 살리나스(Emiliano Salinas)와 재혼을 발표했습니다

에밀리아노 살리나스의 인터뷰에 따르면 2010년 7월, 같이 파리여행을 하다가 반지를 주며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날짜 간격을 계산해보면 아무래도 뒤늦게 남성편력을 시작하며 인물값을 하는것 같습니다




- 그 밖의 이야기들


어린이 드라마지만, 사회문제를 해소하기위해 만들어진만큼 작품을 통해 남미사회를 엿볼 수 있는데요

인물들의 성격이나 에피소드같은 가벼운 이야기들은 쉽게 검색해서 볼 수 있는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잡다한 이야기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천사들의 합창> 성공요인


원작의 성공을 뛰어넘어 <천사들의 합창>이 국제적으로 성공한 요인으로는 성공한 원작을 가져온 점도 있었지만 과거와는 달리 80년대 후반 당시에는 글로벌 케이블 수요가 남미각국에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히메나 선생님과 페르민 수위아저씨등의 성인배우들이 인기배우들이었고 시릴로의 아버지 역을 맡은 죠니 라보리엘(Johnny Laboriel)은 유명가수였던 점은 어린이 드라마에 이순재, 김태희, 원빈등의 배우들을 캐스팅한 셈이었습니다



또, 히메나 역의 가브리엘 리베로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아역배우들과 실제로 유대감이 깊었다고 하는데요



유명한 일화는 일본인 코기모토역의 아이가 이빨이 흔들리자 그녀가 직접 아프지 않게 빼주었고, 그러자 다음날부터 모든 아이들이 흔들리는 젖니를 빼달라고 줄을 서서 엄마처럼 한명한명 일일이 빼준 일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녀가 후속작의 '히메나 선생님 역' 배우들과의 만남을 가질때마다 "훗날 자녀를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될꺼에요" 라고 덕담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제 배우들의 끈끈함 유대감이 드라마속 선생님과 제자들의 상황에 못지 않았던 것이 <천사들의 합창>의 큰 성공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학교에 흑인은 왜 한명뿐인가


인구 비율로 볼때 흑인이 거의 없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일한 흑인학생' 이라는 설정이 납득이 가지만 흑인및 혼혈이 넘치는 멕시코나 브라질은 '1명뿐인 흑인학생' 이라는 설정이 사실 의아한데요 

그 이유로는 학교의 배경이 <국제학교>로 정해져 세계각국의 아이들이 섞여있었던 것입니다



또 원작소설가 아벨 산타 크루스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20세기 초반의 아르헨티나에서는 일반 학교에서도 이민 온 일본인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2인 1역


 <천사들의 합창>에서는 하나의 배역을 2인이 소화한 역할이 있습니다

마리아 호아키나의 어머니 역할을 2명의 배우가 소화했고, 페르민 수위 아저씨의 역할을 2명이 맡았습니다



마리아의 어머니(Karen Sentíes에서 Kenia Gascón으로 교체)는 거의 비중이 없다시피하여 원래 배우가 때려쳤지만, 페르민 할아버지의 경우는 원래 배역을 맡은 아우구스토 배네디코(Augusto Benedico)씨가 촬영 중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변호사 출신이었던 아우구스토는 멕시코로 이민와 40여년간 연기자로 활동한 분으로 <천사들의 합창>이 마지막 작품이 되었으며 대타로 출연한 아만도 칼보(Armando Calvo)역시 2번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대배우였습니다

아우구스토 배네디코(Augusto Benedico)씨는 1992년 사망하였으며, 아만도 칼보(Armando Calvo)씨는 1996년 사망하였습니다



- 하신타의 저주


 아르헨티나 원작 배우들에게 '하신타의 저주' 라는 것이 있습니다


 1989년 에뗄비나(멕시코 버전의 마리아 호아키나)역을 맡았던 그라시엘라 씨메르(Graciela Cimer)가 부모님의 집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26세였고 임신 2개월이었으며 성공적인 연기경력을 쌓고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그녀가 남편과 불화를 겪고 있었고 떨어진 발코니가 사망할만한 높이가 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주장했지만 결국 자살로 종결되었습니다


 1996년에는 하신타 선생님 역할을 했던 크리스티나 르메르시에(Cristina Lemercier)가 머리에 총상을 입은채로 발견됩니다

<당시 신문보도>


정치가였던 전 남편과의 이혼으로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총상으로 볼때 2발을 맞은 것으로 볼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와 타살이라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2011년에는 74년작의 시릴로 역할을 했던 파비안 로드리게스가 함께 출연한 훌리오 실바와 강도질을 하다가 출동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훌리오 실바는 총알 여러발을 맞고 그자리에서 사망했으며 시릴로(파비안 로드리게스)는 체포되어 4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리메이크 작에 히메나 선생님이 출연할뻔했다


히메나 선생님 역을 맡았던 가브리엘라 리베로는 2012년 브라질 SBT 버전의<천사들의 합창(Carrossel)>에 역할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캐스팅 제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상의 문제로 무산되었고 따로 초청을 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국민배우급의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천사들의 합창>의'히메나 선생님' 의 이름을 브라질에서는 '헬레나 선생님' 으로 각색하여 방영했기 때문에 헬레나 선생님으로 알려져있습니다




- 히메나 선생님은 마야문화 신봉자


 히메나 선생님(가브리엘라 리베로)은 마야문명의 팬이라 셋째딸의 이름을 '마야(MAYA)' 라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마야달력 종말론이 퍼졌을때 대피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 딸의 이름은 각각 갈라, 라라, 마야입니다

 


- 하이메가 남우주연상?


<천사들의 합창>은 1990년 멕시코 방송대상에서 대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에 각각 노미네이트되지만 수상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알고보니 주인공>


하지만, 최고의 아역-여우주연상을 마리아 호아키나가 수상했으며 최고의 아역-남우주연상은 의외로 시릴로가 아닌 하이메가 수상했습니다

 


- 비비가 독일인에서 미국인으로 바뀐 이유


<천사들의 합창>에는 미국에서 전학온 비비라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설정상 영어와 서툰 스페인어를 섞어서 말하곤 했는데 한국어판은 더빙이었기 때문에 생략되었습니다


<맨 왼쪽이 비비 스미스>


그런데 아르헨티나 원작의 비비는 성이 '슈미트(Schmit)' 즉, 독일 이민자 자녀였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는 독일계 이민이 많았고 2차대전 종전후에는 많은 나치잔당들이 독일로 도피하기도 했는데요



멕시코는 그런 아르헨티나의 사회상을 자국에 맞게 각색하여 미국인 '비비 스미스(Bibi Smith)'로 바꾸었습니다

<천사들의 합창>은 이처럼 전작의 배역 이름들을 모두 멕시코에 맞게 각색하는데 바뀌지 않은 이름은 시릴로와 카르멘 그리고 일본인 코기모토, 미국인 비비였습니다



- 시릴로는 종교마저 소수종교를 믿었다





카톨릭 국가인 멕시코를 배경으로 곱슬머리 유대인 다비드는 '종교에 대한 편견' 이라는 무거운 주제속에 등장합니다. 유대인이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가 동급생이자 카톨릭 신자인 발레리아와의 교제를 반대하기도 하죠



그런데, 극중에서 소수자인 흑인으로 차별받는 시릴로는 카톨릭에서 분파된 한 종파, 즉 소수종교인 리마의 성인 ‘빗자루의 수사’ 마르틴상()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습니다

시릴로는 흑인으로 차별받는 와중에 종교까지 소수 종교를 믿었던 극 소수자 였던 셈입니다


<‘빗자루의 수사’ 마르틴(San Martín de Porres)>



- 호르헤 부모님들은 멕시코의 슈퍼스타



 마리아 호아키나와 쌍벽을 이루는 밉상 호르헤의 부모님이었던 알레한드로 토마시(Alejandro Tommasi)와 세실리아 가브리엘라(Cecilia Gabriela)는 이후 슈퍼스타 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역이었던 알레한드로는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으며 세실리아역시 주조연으로 각종 시상식의 후보에 선정되며 최고의 여배우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 고심한 작명


극에 코믹함을 부여하는 캐릭터중의 한명이었던 하이메의 성은 '파리요(Palillo)'였습니다

Palillo의 의미는 '작대기' 혹은 '이쑤시개'로 한국어 이름으로 치면 뚱보에게 '김빼빼' 라는 이름을 부여한 셈이었습니다

또 장난꾸러기에 동생과 자주 싸우던 파블로의 성은 '구에라(Guerra)' 로 한국어 의미는 '싸움'입니다

작가들이 작명에 나름 신경쓴(?)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빼빼와 싸움>



- 원작에 비해 부드러워진 <천사들의 합창>


<천사들의 합창>은 아르헨티나 원작에 비해 부드럽게 바뀌었습니다

흑인소년 시릴로가 멕시코 버전에서는 툭치면 울것같은 불쌍하디 불쌍한 캐릭터의 느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싸울땐 싸우는 아르헨 시릴로와 뻑하면 우는 멕시코 시릴로>


또 시릴로의 복권당첨 이야기는 원작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이유로 자동차 경주에도 이길 수가 없었고 금발소녀(마리아 호아키나)에게 키스를 받는 내용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교장선생님에게 장난을 치다 근신당하는 파블로는 원래 퇴학을 당합니다

반면 멕시코 실정에 맞게 마약문제와 아동유괴가 다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 마리아 호아키나의 출중한 노래실력


<천사들의 합창>의 엔딩에는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OST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마리아 호아키나(루드비카 팔레타)의 목소리가 독창으로 살짝 들립니다

이처럼 폴란드출신 음악가문의 딸답게 노래에도 재능이 있어 이후 작품인 '할아버지와 나(El Abuelo y Yo)' 에서는 OST 음반작업에 참여하여 가수데뷔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라이브 모습>

 


- 마리아 호아키나 3연속 아역 주연상 수상


데뷔작 <천사들의 합창>으로 단번에 멕시코 소년들의 아이돌로 급부상한 루드비카 팔레타는 학업을 이유로 3년주기로 연기활동을 하게됩니다

그녀는 성인이 되기까지 출연한 3편의 드라마에서 모두 아역-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지금의 수퍼스타 자리를 미리 예약했습니다


<천사들의 합창, 할아버지와 나, 빈민가의 마리아>



- 임시교사에서 주인공이 된 오렐리아 선생님


2002년 리메이크 버전에서 히메나 역할인 '루피타 선생님' 역을 맡은 (Andrea Legarreta)는 1989년작 <천사들의 합창>에서 임시선생님 오렐리아로 출연한 배우입니다



<천사들의 합창> 출연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그녀는 이후 인기배우가 되었으며 2002년 리메이크작(¡Vivan los niños!)에서 주인공역할인 루피타 선생님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 처량한 카르멘의 연기변신


<천사들의 합창>에서 가난하고 불쌍한 소녀 역할을 했던 카르멘은 <할아버지와 나(El abuelo y yo)>에서 루드비카 팔레타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천사들의 합창>과는 정반대의 거만하고 비호감이 넘치는 역할이었습니다




- <천사들의 합창>이후 작품들의 대침몰


<천사들의 합창>이 국제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히메나 선생님역의 가브리엘라 리베로가 그대로 출연한 <천사들의 합창 2(Carrusel de las Américas)>가 제작됩니다만, 끔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실패합니다


<¡Vivan los niños!(2002)>


그리고 10년후인 2002년 배역의 이름들을 완전히 각색한 '아이들만세(¡Vivan los niños!)' 가 리메이크 되지만 팬들의 말에 따르면 '침몰하는 배에 어뢰공격을 가한'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천사들의 합창>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2012년 브라질의 SBT 방송사는 내용과 멕시코 버전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판권을 사들여 새로운 리메이크 작(Carrossel)을 선보였습니다




- 여전한 인종차별 문제


2012년 브라질버전(Carrossel)에서도 백인소녀를 짝사랑하는 흑인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것에 많은 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인종차별을 해소하고자했던 원작자 아벨 산타 크루즈의 의도는 타국의 실정이나 현대상황과 맞지 않으며 흑인소년의 굴욕은 '불쌍한 흑인'의 이미지를 더욱 구체화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SBT제작진은 인종차별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것이 현실이며 지속적인 싸움을 해나가야 할 문제라며 캐릭터의 성격과 시나리오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어째 연기는 점점 퇴보하는 느낌>

 


- 히메나 선생님은 인디오와 혼혈?


 멕시코 방송은 1989년, <천사들의 합창> 을 준비하며 오리지널 작가인 아벨 산타 크루즈에게 감수를 받습니다

이때 캐스팅에 대한 문제도 세심하게 준비했는데요



'마리아 호아키나'는 극의 성격상 반드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져야 했고, '히메나 선생님'은 백인이지만 갈색의 머리를 가져야한다고 명시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원작의 선생님 이름인 <Jacinta Pichimahuida>에 있었는데요

 

사실, Pichi Mahuida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네그로(Río Negro)주에 있는 지역의 이름입니다


<Pichi Mahuida 지역의 위치>


주인공 선생님의 머리가 갈색이어야 했던 이유는 칠레와 남부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던 남미 원주민 마뿌체(Mapuche)족(族)과 백인혼혈이라고 원작자가 설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인종적 배경으로 다문화 학교의 교사로 모든아이들을 감싸는 포용력있는 스승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지만 '너무 아르헨티나스러운' 이름탓에 히메나 선생님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 2012년 리메이크 작의 대형 스케일


<천사들의 합창>은 대부분 세트장에서 이루어졌지만 엄청난 스케일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호르헤와 시릴로간의 자동차 경주장면이었는데요



2012년 브라질 리메이크작(Carrossel)에서는 최신작답게 더 큰 스케일을 선보였습니다



브라질 프로축구팀 산토스 FC의 홈구장 빌라 베우미루(Vila Belmiro)를 통째로 빌리고 만명의 관중들을 입장시켜 드라마를 촬영하는 물량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게다가 산토스 FC하면 빠질 수 없는 이름 축구선수 '네이마르(Neymar da Silva)' 가 까메오로 특별출연하는 쾌거를 이룹니다


<시릴로의 팬이라는 네이마르>


이처럼 멕시코버전 <천사들의 합창>이 당시 남미권, 특히 브라질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천사들의 합창>이 50여년이 가깝도록 리메이크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반갑고 다음 작품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같은 사회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인것 같아 씁쓸하기도  한데요

지구반대편의 한국 어린이들까지 울고 웃으며 종교와 빈부격차, 인종간의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천사들의 합창이 언젠가 큰 결실을 맺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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