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 이야기들 ⑭ 미국 국회의사당과 자전거

계단을 내려가는 자전거 묘기


뒷바퀴가 기묘하게 큰 자전거를 탄 남자가 한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

이 사진은 1885년, 워싱턴 자전거클럽 소속의 윌 로버트슨(Will Robertson)이라는 남자가 '아메리칸스타 자전거(American Star Bicycle)'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 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 시도를 촬영한 것이다.

▲ 아메리칸스타 자전거 소개

1880년, 조지 프레시(George Pressey)가 발명하고 H.B. 스미스 기계회사에서 제작한 아메리칸스타 자전거는 당시 보편적이었던 앞바퀴가 큰 자전거 '페니파딩(Penny-farthing)'과는 반대로 뒷바퀴가 110~150cm, 앞바퀴는 46~58cm 정도로 작았다.

▲ 의류브랜드 '빈폴' 로고로 유명한 페니파딩

앞바퀴가 큰 자전거는 바퀴 크기가 비슷한 자전거에 비해 더 빠른 속력을 낼 수 있었고, 공기를 주입하는 공압타이어가 발명되기 전이라 훨씬 부드러운 승차감을 주었다. 하지만 중심이 차축보다 앞쪽에 위치하고 있었던 관계로 바퀴가 장애물을 밟거나 급제동을 하면 운전자는 머리부터 앞으로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머리를 충돌하는 사고는 꽤 흔한 편이어서 페니파딩은 보통 평지를 위주로 달렸고, 혹여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운전자들은 사고를 당하더라도 머리보다 다리가 앞으로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 발을 페달에서 떼고 핸들에 올려놓을 정도였다.

▲ 전시되어 있는 아메리칸스타 자전거

즉 아메리칸스타 자전거는 페니파딩의 장점인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사고 발생 시 치명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발명된 것이었고 첫 번째 사진과 같이 내리막길, 그것도 위험한 계단에서 테스트를 한 것이다.

잦은 사고를 줄이고자 미국자전거연맹이 도로의 노면개선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던 시기에 아메리칸스타 자전거가 국회의사당의 계단을 가뿐하게 내려오면서 이 안정적인 디자인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 아메리칸스타 자전거의 우승기록을 소개하는 광고

아메리칸스타 자전거는 바퀴의 크기를 반대로 한 아이디어 외에도 핸드브레이크와 스프링 가죽시트, 공압타이어까지 장착하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었고, 수많은 트랙경주에서 우승할 정도로 성능도 입증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인들의 연간 평균소득이 500달러였던 시절에 150달러에 판매될 정도로 매우 비쌌던 것이 흠이었다.

이후 비슷한 바퀴 크기로 높이가 낮아 '안전 자전거'로 불리던 현대식 자전거가 공압타이어를 장착하면서 승차감이 개선되었고, 공업의 발달로 자전거를 쉽게 구동시키는 기어와 체인기술이 발전하면서 하이휠(highwheel) 자전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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