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개 라는 유명한 영어속담이 있습니다

실제로 목숨이 아홉개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잘 죽지 않고 수명이 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이 속담은 부적처럼 여겨져 고양이는 예로부터 행운의 상징처럼 배에 탑승시키는 동물이었습니다

물론, 쥐도 잘잡고 삭막한 항해의 활력소였던 이유도 있습니다


<조지나 쇼우의 파스텔 작품, 비스마르크호의 고양이 오스카(오른쪽)>


2차세계대전 기간동안 독일해군의 함정에 탔던 '오스카(Oscar)'라는 고양이는 3번의 침몰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일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템즈강 인근 그리니치 국립 해양 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에는 흑백사진 하나와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고양이 그림이 있는데 바로 이 고양이가 아홉개의 목숨을 가진 오스카입니다


<전함 비스마르크(Bismarck)>


검은코트에 흰색무늬의 이 고양이는 1941년 5월 18일,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Bismarck)호에 처음으로 탑승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열흘 후인 5월 27일의 전투에서 비스마르크호는 침몰하였는데, 이 전투는 2200명의 탑승자중에 단 116명만이 살아남았을 정도로 격렬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바다위의 나무판자에 무사히 올라가 있다가 지나가던 영국 구축함 HMS코새크호의 승조원에게 구조되었고 '오스카' 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HMS 코새크(HMS Cossack)>


하지만 비스마르크호가 침몰된지 불과 6개월후, HMS코삭은 독일 잠수함 U-563의 어뢰에 맞아 작동불능이 됩니다. 최악의 날씨조건 탓에 견인조차 힘들었고 배는 결국 침몰하였지만, 아직 목숨이 7개나 남은 오스카는 이번에도 살아남아 다른 배로 옮겨탔습니다


<HMS 아크 로얄(HMS Ark Royal)>


오스카가 세번째로 탑승한 배는 HMS 아크 로얄(HMS Ark Royal) 항공모함이었습니다

선원들은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 전투와 침몰에서 살아남은 오스카에게 '가라앉지 않는 샘(Unsinkable Sam)' 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HMS 아크 로얄은 항공모함이었던 만큼 더 이상 위험은 없었을 것 같았지만  1941년 11월 14 일, 독일 잠수함 U-81의 어뢰에 맞아 지브롤터 해협에서 침몰하였습니다

다행히도 항공모함이었던 관계로 느린속도로 침몰하였고 날렵한 오스카는 물에 떠다니는 판자를 발견하고 명성에 걸맞게(?) 판자에 찰싹 달라붙어있다가 구조작업을 펼치던 라이트닝호(HMS Lightning)와 리전호(HMS Legion)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오스카의 모험은 여기까지였고 위험한 바다생활을 접고 조기 은퇴하였습니다

스스로에게는 행운의 고양이였지만 어쩌면 선원들에게 오스카는 불길한 고양이로 여겨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후 오스카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선원에게 입양되어 그의 고향에서 쥐를 잡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나머지 6개의 목숨은 써먹을 일 없이 오스카는 고양이다운 여생을 보내다가 1955년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국제 신호서(書)>



흥미로운 사실은 국제 신호 코드의 "O"는 오스카(Oscar)이며 이것은 『Man Overboard』 즉 해상 조난자를 의미합니다. 이름을 붙인 선원이 조난된 고양이에 걸맞는 이름을 지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여러번 계속해서 이름과 같은 운명을 맞았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또 오스카는 3번째 탑승한 배의 침몰 이후 바다에서 은퇴했지만, 그를 구조했던 라이트닝호는 1943년에, 리전호는 1942년에 침몰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오스카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5척의 배가 모두 침몰한 것입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