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금지된 것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중에서도 극도로 보수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여성의 운전금지나 직업의 제한은 유명하며 내각구성원으로 참여하기는 커녕 여성에게는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대 중동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일부다처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이라크나 이란 같은 국가들보다 사우디는 비교적 서구화된 이슬람 국가라는 착각이 드는 것을 보면 미디어가 대중의 생각을 얼마나 잘 끌고가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여타 국가들이 반미국가라서 '악동' 이나 '악의 축' 으로 불리는 와중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친미국가라는 이점 덕에 극도의 보수적인 사회상에도 불구하고 '기름 많은 잘사는 부자나라' 라는 긍정적인 편견이 대부분입니다




▶ 성별 구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쇼핑몰과 레스토랑에서 가족이 아닌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사우디 국적의 여성은 증명서를 소지한 가족과 함께여야 입장을 허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며, 쇼핑몰 보안은 여성이 다수의 남성들과 함께 입장하거나 혹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의' 연인과도 동반 입장을 금하고 있습니다.

또 패스트푸드점은 남성과 여성의 주문을 따로 받아서 성별에 따라 줄이 만들어지는 특이한 장면을 볼 수 있으며 레스토랑에서는 가족그룹, 가족이 아닌 고객들의 좌석을 별도로 분리하여 외간남녀가 접촉할 수 없도록 철저히 차단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일전에 사우디아라비아 친구(여성)와 온라인에서의 대화가 떠오르는데요

지금 뭐하고 있냐는 물음에 그 친구는 "치과에 가려고 하는데 아빠가 일 마치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 답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에 저도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한국이었다면 집에 있는 어머니나 친구와 함께 가든지 혹은 성인이니만큼 혼자가도 되는데 몇시간이나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성 의사가 여성을 대상으로 신체접촉을 필요로 하는 진찰을 할때 아버지나 남성 보호자의 입회는 필수입니다. 


 

▶ 극장에서의 영화상영


전세계적으로 이란 영화는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중동 영화도 영화제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화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영화제작을 떠나 상영자체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DVD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레스토랑의 운영자들이 고객들을 위해 영화를 틀어주곤합니다

서구에서처럼 영화배우나 연예인들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 신 외의 우상을 금지하는 이슬람교의 교리에 위배되기도 하지만 극장이 남녀가 어울려 연애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영화상영 금지의 이유입니다



지난 2008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70년대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였습니다

코미디 영화인 <Menahi>가 9일간 상영되었는데 영화에 굶주린 사우디 사람들이 소떼같이 몰려들어서 9일중 하루는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본 사우디의 종교지도자들은 "역시 영화는 사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 라고 단언했습니다

제한적인 이벤트처럼 이루어지는 이런 상영마저 제외하면 여전히 영화는 종교경찰에 의해 금지되고 있습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술도 이런 부도덕한 행위로 연결되는 매개체라는 이유로 금지되고 있지만, 많은 사우디인들은 주말에는 술과 영화를 즐기러 인근의 바레인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 발렌타인데이



지난 포스팅 '미국에 2월14일생이 많은 이유는?' 에서 다루었듯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중 최초로 공식적으로 발렌타인데이를 즐기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그 외에도 초코렛, 꽃, 붉은 색이 들어간 제품들은 모두 발렌타인데이 기간중 금지됩니다



▶ 돼지고기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식품인증인 할랄(Haral)인증을 받은 식재료만 수입통관됩니다



외국인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국민들이 100% 무슬림이기에 돼지고기의 반입은 '신성모독죄' 로 다루어집니다 

모든 중동 국가들이 그렇지 않냐구요?

다른 국가들을 예를 들면 이란에는 많은 기독교 교회와 성지가 있습니다. 물론 절대 다수가 무슬림이기에 차별이나 제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교도의 예배가 허용되고 각 종교의 대표들에게 의회의 의석도 주어집니다

또, 이슬람국가들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고달픔을 호소하는 글을 온라인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사우디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글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얼핏 종교의 선택이 자유로우니까 그런것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하지만 사우디에서는 이슬람교 외에는 어떠한 예배당도 존재하지 않으며 내국인이 다른 종교를 믿는 것은 불법이며 이슬람교를 버리거나 개종하면 사형에 처해집니다. 모든 국민이 100% 무슬림인 이유와 선교활동이 없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서 기인합니다


절대 다수가 무슬림인 다른 이슬람국가도 법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 수입에 제한을 두는 규정이 있지만 비이슬람 국민들을 위해 완전한 금수조치를 하지는 않습니다 



▶ 음악 수업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음악산업을 법적으로 허용하고는 있지만, 음악 교육을 하는 학교는 없습니다
이슬람 율법에 의해 노래는 금지되며, 쇼핑몰에 있는 레코드샵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틀 수 없습니다
음악가나 가수가 되고 싶다면 일대일 가정교사 혹은 해외로 유학을 떠나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경찰의 눈을 피한 콘서트나 락밴드들이 은밀하게 활동중입니다


지난 2011년 SBS예능 '스타킹' 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가 출연하여 가수의 꿈을 알리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게스트가 테러리스트 복장을 해여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노래를 하고 싶다는 피켓을 들고 나타난 무슬림 소녀들과 온몸을 가린 기상캐스터의 이미지를 웃음 소재로 사용하여 아랍어로 공식사과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무슬림 팬들의 주장은 자신들은 언제든 노래를 할 수 있고 이미지속의 기상캐스터의 복장은 파키스탄의 복장이며 사우디에는 여성 기상캐스터가 없다는 항변을 하였습니다
물론 무슬림 전체가 테러의 온상이라는 편견을 줄 수 있는 행위는 극히 비난받아도 할 말 없는 행위이긴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로 국한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언제든 노래를 할 수 있다는 팬들의 반박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렇다면 어째서 한국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며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고 왜 학교에는 음악수업이 없는 것일까요

이것은 사실 SBS가 사우디와 무슬림 전체를 묶어버린 것에서도 기인합니다
무슬림팬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사우디는 노래가 금지되지만 다른 아랍국가에는 허용되는 국가도 있으니 '우리와 사우디를 같이 묶지 말아달라', '이슬람 전체를 매도하지말라' 는 의미입니다
또한 사우디에 여성 기상 캐스터가 아예 없으니 잘못되었다는 반박도 결국 여성의 직업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반증일 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들은 의료계나 교육계에 주로 종사하고 있으며 최근에 들어서야 매장의 점원이나 백화점 직원으로도 근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소녀들은 노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사실은 아니지만) 기상캐스터는 없다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우디 인권운동가들은 이런 사실이 세계에 널리 알려져서 장기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따로 다룰 이야기이지만 사우디 여성의 올림픽 참가에 있어서도 IOC에 의해 억지로 초청선수로 참가하여 빛좋은 개살구가 되느니 여성의 올림픽 참가제한으로 사우디 전체 스포츠가 IOC의 제재를 받는 것이 사우디의 여성인권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그들 입장에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할지라도 타국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재단하는 것이 조롱의 느낌으로 여겨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예로 '세계 최후의 노예제 국가' 포스팅에서 다루었듯이 모리타니의 노예제도 폐지 운동가는 처음으로 노예제도에 반하는 글을 접했을때 타국이 모리타니의 문화와 전통을 비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Buraydah's Got Talent>


2011년, 두바이에서는 서구의 리얼리티 오디션을 빌려온 'Arabs Got Talent' 가 생겼고 2012년, 사우디의 부라이다(Buraydah)에서 이것을 본따 <Buraydah's Got Talent> 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하였습니다. 이 대회는 성가와 종교시를 낭독하는 경쟁이 이루어지며 그나마 여성들은 음악부분에는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 45세 미만 여성은 허가증 없이 여행 금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5세 미만의 여성은 정부의 승인 없이 혼자 여행할 수 없습니다.
45세가 되면 이 금지는 해제되지만 사실 45세면 가정과 자식에 얽매인 시점이라 남자들도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은 나이죠. 45세 미만의 여성들은 남편이나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거나 또는 다른 남성후견인의 보증을 받아야 합니다(남성후견인의 보증은 취직시에도 필요합니다)
시사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루어진 문제점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여성 운전 금지' 는 이러한 여성의 나홀로 여행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현재 여성의 자동차 운전을 금지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입니다. 
법조항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이면서도 법보다 위에 있는 이슬람 성직자에 의해 종교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처 생각도 못했는지 여성의 비행기 조종은 법률이나 종교상으로도 금지조항이 없어서 여성 비행기 조종사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2005년 사우디 최초의 여성기장이 된 하나디 자카리아 알 힌디는 사우디 알 왈리드 왕자의 전용기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행기 조종을 하면서도 공항까지 이동하는 차량은 누군가 대신 운전해주어야 합니다.

하나디 자카리아 알 힌디



▶ 여성을 위한 체육관과 스포츠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은 '모든 참가국의 여성들이 출전한 최초의 올림픽' 으로 남았습니다
그동안 카타르, 브루나이,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올림픽 출전이 금지되었던 최후의 국가들이었는데요
브루나이와 카타르는 일찌감치 올림픽에 여성 출전을 공언했지만 사우디는 마지막까지 출전결정을 미루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출전할만한 기록을 가진 선수가 없다' 고 우겼지만 당연히 종교상의 문제였습니다 
물론 여성스포츠팀의 부재와 출전금지 탓에 출전할 만한 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사우디에는 달마 말하스(Dalma Malhas)라는 올림픽에서 경쟁할만한 유일한 여자선수가 있었습니다
1992년생인 말하스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0년 제1회 유스올림픽 승마 장애물비월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이것조차 사우디국적의 여성이 국제대회에 참가한 최초의 대회였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와 로마에서 승마를 배웠기 때문에 사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적만을 가지고 있을 뿐, 그다지 밀접한 관계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IOC는 여성인권개선의 상징으로 그녀의 참가를 사우디에 권고했습니다. 유스올림픽은 성인올림픽에 비해 현저히 기록이 떨어지기 때문에 메달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참가의욕을 불태웠습니다
그녀는 "올림픽에서 베일을 쓰지 않고 당당히 경쟁하겠다" 며 사우디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출전을 허용했지만, 6월에 벌어진 대회에서 말하스는 올림픽 기준기록에 미달하며 출전이 무산되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쾌재를 불렀을수도 있겠지만, IOC는 초청선수로 그녀를 출전시키는 것을 검토하며 다시금 올림픽 참가의 꿈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녀의 말 Caramell KS가 부상을 당하면서 출전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승마선수에게 자신의 말이 아닌 다른 말로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IOC는 또다른 선수들을 초청할 수 있다며 사우디 정부를 설득했고 올림픽출전 선수 등록 마감을 앞두고 2명의 선수를 출전명단에 포함시켰습니다. 여자 육상 800m에 출전한 사라 아타르(Sarah Attar)와 여자 유도 78㎏급의 워잔 샤흐르카니(Wojdan Shaherkani)는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로는 형편없는 기록을 남겼지만, 그들의 모습은 올림픽에 또 하나의 감동과 역사로 기록되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기준기록미달로 출전하지 못한 달마 말하스와 사라 아타르(Sarah Attar)는 해외에서 태어나 거주하는 선수들이었고 워잔 샤흐르카니(Wojdan Shaherkani)는 사우디의 메카출신이었지만 유도를 시작한지 겨우 2년된 아마추어였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사우디 국내에서는 여성선수가 없었을까요?
달마 말하스의 출전이 무산되었을 당시 IOC는 다른 선수를 물색하였고 비공식적으로 사우디 국내에서 활동중인 축구와 농구팀 선수들을 만나 설득하였지만 실패하였습니다
그들은 실력보다도 올림픽이 끝난 후 지역사회나 종교단체로부터 보복을 당해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당할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사우디 여자 축구팀의 주장 라흐 압둘라는 "지금은 조심스럽게나마 운동을 할 수 있지만 올림픽에 참가하면 영원히 할 수 없을 것" 이라며 "영국을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신 조국을 떠나야 하냐" 며 되물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세계인들은 아무도 없을테니까요

실제로 유도경기에 참가한 워잔 샤흐르카니(Wojdan Shaherkani)역시 돌팔매질을 당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수주의자들은 샤흐르카니의 동아시아 혈통을 노려 인종차별주의적 비방을 하거나, SNS를 통해 그녀를 매춘부라고 욕했습니다. 몸에 붙는 옷을 입고 남성들 사이에서 운동을 한것은 순결을 더럽힌 행동이며, 속세에서의 덧없는 행동으로 사후에 심판받을 짓을 했다는 비난도 이어졌습니다
가족들은 이들을 모두 고소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샤흐르카니의 올림픽 경기는 국영 TV에서도 중계되지 않았습니다
IOC의 압박에 마지못해 참가를 결정했을 뿐, 보수주의자들의 태도와 사우디 정부의 입장은 일맥상통한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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