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초창기 어린이날 풍경

1922년의 어린이날 행사

 

- 대로에서 취지 선전
- 자동차대와 창가대로 나누어
- 어제 '어린이의 날' 大선전

천도교소년회 주최의 소년보호운동은 예정과 같이 어제 성대히 거행하였는데, 처음에는 당국의 양해를 받지 못하여 매우 승강이를 하였으나 오후 1시에 이르러 다행히 선전서의 배포와 시가선전의 허가를 얻게 되었다.

이에 그 회원 일동은 여러 대에 나누어 종로를 위시하여 탑골공원, 전동, 교동, 광화문통 기타 각처에서 창가를 하며 취지를 선전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그 소년회와 형제의 관계가 있는 천도교 청년회원 중의 유지와 소년회원이 연합하여 조직된 자동차 선전대는 3대의 자동차에 「어린이의 날」 「소년보호」등의 문구를 대서특필하여 붙이고 종로 큰길을 위시하여 시내 각처를 달리며 선전서를 뿌렸다.

▲ 1920년대 어린이날 포스터 ⓒ 국사편찬위원회

동시에 인천에서도 이와 같이 하였으며 밤에는 경운동 천도교당에서 소년회의 창립 일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거행하였으며, 작일에 배포한 선전서는 크고 작은 것을 합하여 4가지인데 그중에 '어린이의 날'이라고 제목 붙여진 것을 원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어린 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2. 어린 사람을 늘 가까이하시고 자주 대화해주십시오.

3. 어린 사람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대해주십시오.

4. 어린 사람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5.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추어하도록 하여주십시오.

6. 나쁜 구경을 시키지 마시고 동물원에 자주 보내주십시오.

7. 장가와 시집보낼 생각만 하지 마시고 사람답게만 하여주십시오.

【동아일보 1922.05.02】



1923년의 어린이날 행사

 

- 오늘 어린이날 어린이를 위하여 처음 축복
- 오후 3시에 전국에서 선전
- 행렬은 의례 금지
- 소년운동협회 당국의 고심
- 기타 계획은 예정대로 시행

'어린이의 날' 5월 1일이 왔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에게도 사람의 권리를 주는 동시에 사람의 대우를 하자고 떠드는 날이 돌아왔다.

▲ 1920년대 잡지 '어린이'

몇 대 조상 때부터 아이나 어른이나 사람의 허물을 쓰고 사람으로 살지 못한 것은 우리의 골수에 박힌 원한이다. 지금의 우리 조선사람은 어른이든 아이든 누가 사람의 권리가 있으며 사람의 대우를 받는가 생각하면 실로 기가 막히는 일이다.

첫째, 먹을 것 입을 것이 없고 편안히 쉴 집이 없는 터라 사람 노릇을 하려 할지라도 할 수가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형세이다. 이에 뜻있는 몇 사람의 발기로 일어나게 된 소년운동협회라는 곳에서,

"젊은이나 늙은이는 이미 희망이 없다. 우리는 오직 나머지 힘을 다하여 가련한 우리 후생인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생명의 길을 열어주자"

라는 취지로 오늘 5월 1일을 어린이의 날로 작정하여가지고 어린이를 위하여 힘을 합하여 일을 하자고 선전하는 동시에 단 하루의 짧은 시간이라도 그들에게 기쁨이 있게 하고 복이 있게 하자는 날이라 한다.

"조선의 어린이여 그대들에게 복이 있으라. 조선의 부형이여 그대들에게 정성이 있으라"(중략)

금일 시내에 배포할 선전서는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어린 동무들에게'라는 두 가지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일,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봐주시오.

-일, 어린이를 늘 가까이 하사 자주 대화해주시오.

-일,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일,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하도록 하여주시오.

-일,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일, 산보와 원족(遠足) 같은 것을 가끔 시켜주시오.

-일,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주시오.

-일,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주시오.

-일,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 어린 동무들에게

-일,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일, 어른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일, 뒷간이나 담벼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일, 길가에서 떼를 지어 놀거나 유리 같은 것을 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일,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일,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로 합시다.

-일, 입은 꼭 다물고 몸은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하략)

【동아일보 1923.05.03】

 

5월 1일 → 5월 첫 번째 일요일 → 5월 5일

 

100여 년 전인 초창기의 어린이날은 5월 1일에 시행되었다.

이후 1928년부터는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1939년부터는 중단되었다가 1946년 부활하였고, 1961년부터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요즘에는 어린이가 가장 큰 배려를 받는 시대가 되었지만 어린이날을 설립하는 100년 전의 기사와 선전서의 내용을 보면 아동인권이라는 것이 바닥을 넘어 아예 없었던 시대임을 알 수 있다.

▲ 1900년대 미국의 어린이 탄광노동자들

이는 꼭 일제하에 있어서가 아니라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위의 사진과 같이 문명국가에서조차 아동노동을 비롯한 학대가 일상적인 시대였던 것에서 기인한다.


참고문헌:
• 동아일보. 街路로趣旨宣傳 (1922.05.02)
• 동아일보. 오늘,어린이날 (19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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