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니스커트가 출현하던 시기의 사회분위기

'짧은 치마'의 기원은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미니스커트(Miniskirt)'라는 이름으로 패션계에 등장한 것은 1960년을 전후해서였다.

특히 이 시기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메리 퀀트(Mary Quant, 1934~ )와 프랑스의 앙드레 쿠레주(André Courrèges, 1923~2016)는 두드러지게 미니스커트를 패션쇼에서 선보이면서 오늘날 '미니스커트의 창시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 메리 퀀트의 미니스커트 디자인 ⓒ V&A Dundee 박물관

 

세금 덕분에 유행한 미니스커트


영국에서 미니스커트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세금과도 관련이 있다.

60년대 영국은 물건을 구입할 때 물품세를 물고 있었는데, 스커트의 경우는 길이 61cm 이상에만 세금이 붙었다. 즉 30~36cm 정도 길이의 미니스커트는 '아동복'으로 임시분류되어 사실상 면세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 앙드레 쿠레주가 디자인한 미니스커트(1968)

결국 영국 정부는 1968년 11월부터 길이 50.8cm 미만의 미니스커트를 착용하는 성인 여성들에게 1건당 12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세금이 붙었다면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조금 늦춰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해방을 맛본 다리들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초창기 미니스커트에 대한 거부감


초창기 미니스커트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1966년 7월,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에게 '미니스커트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미스 오스트리아, 레나테 폴라섹(Renate Polacek): "숙녀답지 않아요."

미스 영국, 재니스 화이트먼(Janice Whiteman): "미니스커트가 하나 있지만 입고 나설 용기가 없어요. 몸이 마른 편이어서 더 말라 보일 것 같아서요."

미스 칠레, 스텔라 로버츠(Stella Roberts): "앉을 때 조심해야 할 거예요. 얼굴이 짧아 보이고 다리만 길어 보일 것 같아 미학적으로도 좋지 않을 것 같네요."

미스 코리아, 윤귀영: "별로 좋지 않아요."


이처럼 각국의 미를 선도하는 여성들도 미니스커트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 1966년, 영국 미니스커트 보호협회의 시위

또 같은 해 프랑스 일간지 르 수와(Le Soir)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남성 중 84%는 '아내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절대로 반대'라고 답했지만, 60%는 '딴 여자가 입는 것은 눈요기로 좋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보기 좋긴 하지만 내 여자는 안된다'라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역시 '미니스커트는 여성을 추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비난하는 발언이 쏟아졌고, 그리스 정교회는 '신성모독'으로 아예 미니스커트의 교회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미니스커트, 한국 입성


미니스커트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초창기 꺼려졌던 이 요망한(?) 옷이 한국에서 당연히 환영받을 리 없었다.

▲ 1967년,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투피스

1967년 1월, 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과 김복환(金福煥) 여사는 단호하게 "여성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오히려 말살하는 미니스커트는 몇몇 튀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시도해볼지는 모르나 절대 의상계나 사회의 공감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유행의 첨단이라는 파리, 뉴욕에서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은 드물며, 일본에서도 철없는 10대들이나 입는 옷이다. 게다가 품위있는 디자이너들은 이런 것을 만들려 하지도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 1969년, 아직 치마가 짧아지기 전의 이화여대생들

조금씩 유행하던 미니스커트는 1968년 봄부터 대중화되었고, 그해 전국체전의 개회식에서도 각도의 선수단 여성들이 모두 미니스커트 단복을 입고 입장할 정도였다.


미니스커트에 내려진 철퇴


많은 여성들의 치마가 짧아지며 허벅지를 내놓고 다니자 정부는 단속에 들어갔다.

초창기에는 아직 단속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에 각 경찰서에서 재량으로 판단했는데, 서울 종로경찰서의 경우 '무릎 위 17cm면 단속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 영화 '쎄시봉(2015)'의 미니스커트 단속장면

1970년 9월 11일 밤, 당시 종로경찰서에 통금 위반으로 연행된 항기순(港基順, 19)양은 원래대로라면 혼만 좀 나고 훈방되었을 텐데 하필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경찰서에 있던 범법자들조차 미니스커트는 차마 못볼꼴이었는지 "너무하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재어보니 정확히 17cm가 나오면서 즉심으로 구류 3일에 처해졌다.

또 1969년 8월 26일, 제주도에서는 다방종업원이 무릎 위 30cm나 올라간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에 나타났는데, 이를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서커스단 따르듯이 따라다니며 구경하는 통에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찰서로 연행된 이 여성은 놀랍게도 구류 25일의 처분을 받았다.

▲ 미니스커트 입었다고 구류 25일

이후 경범죄 처벌법이 개정되면서 미니스커트는 경찰서 재량이 아닌 정식 단속대상이 되었고, 1973년 3월 10일 오전부터 해당 법령은 발효되었다.

▲ 미니스커트 단속시대를 상징하는 사진

과거 영상에도 나오듯이 이 시기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은 불시단속을 나온 경찰에 적발되는가 하면, 실내에서 무릎 위 30cm나 올라간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영업을 하던 다방종업원이 배달을 하려고 외출하다가 연행되기도 하였다.

이런 단속 덕분에 한동안 전국 도심에는 미니스커트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나팔바지(판타롱 팬츠)만 유행하기도 했다.

▲ 개정 경범죄단속 첫날, 서울거리에서는 미니스커트가 자취를 감추었다.

퍼지던 유행이 여론과 정책에 막혀 주춤했던 반향인지 한국사회에서 미니스커트는 1990년대 초까지 과잉노출 지적에 늘 시달렸다.

▲ 1992년의 미니스커트 유행 논란

1992년 충남대 도서관은 미니스커트 차림 여학생의 도서관 출입을 금지시켰고, 전라북도 일부 관공서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직원에 대해 구두경고와 함께 착용 금지령을 내리는 등, 국내에 도입된 시기에 걸맞지 않게 시대착오적인 갈등을 빚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