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레닌그라드 포위전의 '꼬리 달린 영웅'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1년 9월 8일부터 소련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872일 동안 봉쇄를 당했다. 도시에는 비축된 식량과 연료가 없었기에 그해 겨울이 닥치자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이 함께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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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쇄된 레닌그라드 거리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하는 가운데 도시 안에서는 또 다른 적인 '쥐떼'가 들끓었다.

쥐들은 비어버린 박물관에 들어가 가구와 벽을 갉아먹었고 길거리에 방치된 시신을 파먹기까지 했다. 시민들은 쥐들을 퇴치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남은 곡식 부스러기까지 모두 빼앗기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는 쥐들의 천적인 고양이였지만 레닌그라드에서 어느새 고양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굶주린 시민들이 고양이를 잡아먹었던 것이다.

포위당한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었다. 거리의 비둘기와 까마귀가 먼저 사라졌고, 유기견과 길고양이가 잡혀간 다음에는 집에서 기르던 애완동물의 차례였다.

▲ 1941년 9월, 애완동물을 안고 대피소로 피신한 사람들

쥐떼 퇴치를 위해 근절단이 조직되기도 했지만 쥐들의 숫자는 오히려 점점 불어났고, 이는 봄이 되면 다가올 질병을 예고하고 있었다.

결국 도시가 봉쇄에서 해제된 직후인 1943년 4월, 소련 정부는 야로슬라블(Yaroslavl)에서 고양이들을 모아 화물열차 4대에 실어 레닌그라드로 급히 수송했다.

▲ 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양이들은 다른 곳에서 온 고양이들의 후손들이다.

이렇게 모집된(?) 고양이들은 레닌그라드에 도착하자마자 풀려나 쥐들을 사냥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가정에도 나눠졌다. 종전 후에는 옴스크, 이르쿠츠크, 튜멘 등 소련 각지에서 5,000마리의 두 번째 고양이 부대가 추가로 도착해 남아있는 쥐들을 완전히 청소했다.

▲ '포위된 레닌그라드의 고양이를 기리며'라는 비문과 함께 설치된 상트페테르부르크 고양이동상

전쟁 중 포위의 절망 속에서 비극적인 일을 겪어야 했지만, 시민들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하고 전염병으로부터 또 한 번 구해낸 고양이들은 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영웅이자 승리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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