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묘지의 극과 극


최고의 영예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의 묘'



위의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본토를 덮쳤을 당시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의 묘를 지키는 보초병들》이라는 제목으로 SNS를 통해 퍼진 유명한 사진입니다

KBS에서도 보도되기도 하였지만 지난번 대중을 속인 조작사진들 <2>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위 사진은 샌디가 덮쳤을때의 모습이 아닙니다
무명용사의 묘를 관리하는 미 육군 제3 보병연대(올드 가드)에서는 이 사진은 '샌디가 오기도 전인 9월에 촬영된 것' 이라고 밝혔으며 허리케인 당시 보초병의 실제 사진을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극적 효과는 다소 떨어지는 허리케인 당시의 근무 사진>


잘못된 사진과는 별개로 24시간/ 1년 365일 어떠한 날씨에도 올드 가드가 이 곳을 지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의 묘는 1921년에 건립되었으며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중에서 신원불명의 유해들이 안치된 곳입니다
올드 가드는 미 육군의 공식의전에서 대통령을 호위하고 국가 비상사태나 내전시에 워싱턴 DC를 사수하는 임무를 띄고 있으며, 하루 평균 16회의 의전으로 연간 약 6천회의 의전을 수행하는 힘든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전술훈련도 병행하며 본연의 보병부대능력도 유지하는 엘리트부대입니다

그 중에서도 무명용사묘의 보초병들은 신체 조건 178cm~193cm 사이에서 선별된, 병적기록에 어떠한 결함도 없는 모범사병이어야 합니다



시험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 병사들은 7쪽에 달하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역사를 암송해야 하며 참전용사 묘지 위치를 정확히 숙지해야 합니다
최종 시험은 국립묘지 역사의 정확한 암송과 묘지위치 100곳을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 95%이상 정확히 맞추어야 최종적으로 보초병으로 선발됩니다


무명용사의 묘를 지키는 보초병들에게는 추가로 주어지는 어떠한 수당도 없으며,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해 이름도 없이 죽어간 병사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다하고 있습니다



지우고 싶은 수치의 묘지 'E 플롯'

하지만, 미군묘지중에는 불명예스러운 묘지도 존재합니다


프랑스의 페레엔타르드누아(Fère-en-Tardenois)에는 6,012명의 미군 유해가 매장된 우아즈-에슨 묘지가 있습니다
이곳 역시 2차 세계대전동안 국가를 위해 명예롭게 전사한 미군 병사들이 안치되어 있지만, 방문객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지역이 있습니다

『플롯 E』 이라고 명명된 이 지역은 전쟁기간 동안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고 불명예제대 처리된 뒤 처형된 병사들의 무덤입니다. 이 곳은 무덤 관리사무소의 쪽문을 통해야만 접근할 수 있으며 울타리로 둘러싸인 숲속에 있는 무덤 94기는 전혀 돌출되어 있지 않아 땅바닥에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는 명패가 아니면 묘지인것을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심지어 명패에는 이름도 없이 단지 번호만 새겨져 있으며, 미 정부가 묘지의 병사 명단을 2009년에 공개하기 전까지는 신원불상의 무덤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지역은 묘지의 홈페이지나 안내책자에도 전혀 나와있지 않고 미국 국기의 게양조차 절대 허락되지 않습니다

<묘지의 안내책자>


이들 중 에디 슬로빅 이라는 병사만이 「탈영」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된 유일한 병사였기 때문에, 1987년에서야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미국으로 유해가 옮겨오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그것조차 군인으로서가 아닌 유족들의 '개인적 요청' 에 의한 인도적인 결정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미국이 전사자들을 끔찍히 예우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수치스럽고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병사들의 무덤인 셈입니다

이처럼 이름도 없이 명예롭게 전사한 무명용사들은 그 어떤 병사보다 영예로운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불명예스러운 일을 저지른 병사들은 묘비에서조차 이름이 사라져버린 '진짜' 무명용사가 되어 잊혀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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