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페루, 라 링코나다(La Rinconada)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높은 곳은 네팔 에베레스트 근처의 고락십(Gorak Shep / 해발 5164m)이라는 곳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을 노리는 산악가들이 베이스캠프로 가기 직전 머무르는 곳으로, 산악등반 종사자들이 거주하는데 일 년 내내 사람이 거주하지는 않는다. '죽은 까마귀(Gorak Shep)'라는 의미를 가진 곳답게 겨울에는 극심한 추위가 덮쳐 폐쇄되기 때문이다.

《고락십》

하지만 비슷한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간 거주지가 있다. 심지어 이곳은 1000명 이상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상주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 라 링코나다의 환경

《라 링코나다 위치》

안데스 산맥의 금광산을 중심으로 발달한 페루의 '라 링코나다(La Rinconada)'가 위치한 곳은 무려 해발 5100m.
1708m인 설악산을 3개(5124m) 겹쳐놓은 높이로 「공중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2001년~2009년 사이 국제 금 가격은 235%나 폭등했고 지난 10년 동안에도 침체기가 있긴 했지만 금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라 링코나다의 주민들은 대부분 이곳에 있는 금광산으로 현대판 골드러시를 찾아온 노동자들로 1981년 2,707명에 불과했던 이곳의 인구를 크게 증가시켰다.

《지난 10년간의 금가격》

몇몇 기사에서는 5만 명이 거주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인구조사에 따르면 라 링코나다가 속한 아나네아 지구(Ananea District)에 거주 중인 인구는 12000~200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워낙 뜨내기 노동자들이 많아 실제 인구는 5만 명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니다.

금광산이 없다면 이곳은 고락십과 마찬가지로 고도가 높아 인간이 상시 거주하기는 힘든 곳이다.
산소가 희박하기에 나무나 풀도 없고 만년설이 온통 뒤덮고 있어서 연평균 기온은 1.3℃이며 가장 더운 10월의 경우에도 밤에는 -5.9℃, 낮에는 11℃에 불과하다.


애초에 거주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라 광산 주변에 사람이 모인 것이다 보니 도시생활을 위한 인프라도 매우 부족하다. 물론 문명과 동떨어진 5000m 고산에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은 워낙 힘든 일이기도 하였다. 라 링코나다는 도로가 놓여 있지 않아서 트럭으로 며칠간 구불구불한 도로를 통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산업체의 도박식 임금

노동자들이 소속된 광산회사 아나네아(Corporación Ananea)는 특이한 방식의 노동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우선 30일간은 어떤 보수도 없이 노동을 시킨다. 그리고 31일째의 하루 중 4시간 정도를 주민들이 마음대로 광석을 채취해 갈 수 있게 하는데 이것을 '까초레오(cachorreo)'라고 한다.

까초레오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노동시스템으로 안데스에서 만연하고 있는 악명 높은 임금지급방식이다.

얼핏 금광산의 광석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하니 노다지처럼 들리지만, 금이라는 것은 금광석 1톤당 불과 몇 그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복지(?)가 조금씩 개선되어 30일 중 25일간은 무보수로 일하고 5일간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데 시스템 자체의 큰 차이는 없다.

《라 링코나다의 금광석》

노동자들이 하루 동안 캐낸 광석은 가치 없는 돌덩이에 불과할 수도 있고 한 줌의 금이 포함될 수도 있는, 일종의 로또복권이 월급 대신 주어지는 것이다. 겨우 몇 시간 동안 사람이 주워갈 수 있는 광석의 양은 어차피 뻔하기에 광산회사 입장에선 손해 볼 이유가 없고, 주워간 돌에 운 좋게 금가루가 좀 들어가 있다면 노동자들은 마치 도박처럼 '한탕 월급'에 중독되는 것이다.

실제로 라 링코나다에서 일했던 사람에 따르면, 이곳에는 아나네아외에도 몇 곳의 광산 회사가 더 있는데 15일, 30일, 60일의 단위로 까초레오식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곳도 있고 보통 기업과 같이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곳도 있기는 하다고 한다.


●세계에서 희망이 가장 낮은 도시

'고되고 힘든 일상이지만 하루하루 인내하며 미래를 위한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사실 이곳에 긍정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시입구와 번화가》

이곳에 들어서면 처음 보이는 풍경은 골판지와 철판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집들이다.
거리에는 수은과 진흙탕이 범벅이 되어 있고, 쓰레기와 배설물이 사방에 보이며 아이들은 추위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를 뽑는다면 아마도 라 링코나다를 언급하면 맞을 것이다.

《도시전경과 오염실태》

게다가 금을 채취하는 작업 탓에 땅의 수은 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금광석이나 사금 속에 미세하게 들어있는 금은 채취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금이 수은과 접촉하면 아말감을 형성하는 원리를 이용해 금가루를 채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은 오염을 환경단체에서는 '시한폭탄'이라 부르고 있다.

《아말감법으로 금을 채취하는 모습》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힘든 노동으로 피로가 쌓인 것을 술로 잊으려고 하다 보니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며 수은중독으로 인해 신경마비 증세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엔 미열 증세와 두통으로 시작해 불과 서너 달 뒤에는 신경마비로 일확천금의 꿈도 이루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라 링코나다에서는 한 달 평균 12명의 사람이 사망한다.
금을 캐기 위해 온 젊은 노동자들의 도시 치고는 매우 높은 수치인데 무서운 것은 이중 절반인 6명은 모아둔 금을 노리는 자에게 죽거나 금의 분배를 놓고 벌어진 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망이라는 것이다.

하늘에 맞닿을 듯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에는 금을 향한 인간의 탐욕과 광산회사의 노예가 되어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로 치닫는 사람들의 모습이 씁쓸하게 공존하고 있다. 이곳은 어쩌면 '세계에서 희망이 가장 낮은 도시'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한편 한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는 강원도 태백(인구 46,715명 / 2015년)으로 해발 650m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반도 전체를 포함하면 양강도의 삼지연(인구 31,471명 / 2008년)으로 해발 1356m이다.

- 최초등록: 2012.12.18.
- 최종수정: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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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ㅇㅇ)
    2015.08.17 21:53

    무섭네요....

    • 2015.08.18 17:32 신고

      저곳에서 실제로 한달가량 일한 한국계 미국인과 대화를 해봤는데요.(본인말로는 최초의 La Rinconada 한국인 노동자) 그 분 말로는 언론에 지옥처럼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람들도 좋고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라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월급도 기본급과 cachorreo 시스템을 병행하는 곳, 기본급만 주는 곳, cachorreo 시스템만 있는 곳등으로 업체마다 다르기도 하구요.

      그분은 La Rinconada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과장한 언론을 안좋게 보고 있었는데요. 사실 그 분이야 저곳에서 부대끼면서 사람들과 정이 들었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일테고, 살인,매춘같은 범죄나 환경오염같은 데이터는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될수 없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