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딱 걸린 거짓 응모

●보리고개

 

○경북 금능군 신암 국민학교, 김상훈

 

잉아는 송피떡이 맛있다고 그러오.
분(粉)이는 쑥국이 배부르다 그러오.
돌쇠 아저씬 보리밭을 서서이 굽어보며 길게 한숨 지었소. 
주린 배엔 힘을 주고 무엇을 기약하는 모양이오. 

바우네 아주머닌 임신 중에 배곯아 신음한다 전해지고
저 건너 아랫마을사람들은 뿔뿔이 밥 동냥 떠나갔다 그러오.

잉아는 송피떡이 맛있다고 그러오.
분(粉)이는 쑥국도 좋다 그러오.

산 허리선 숙국 숙국... 숙국새가 무심히도 울어 주오.

 

김상훈씨, 당신의 보리고개」는 아무리 보아도 아동 작품이 아님을 알면서도 작품이 아깝기에 이 난에라도 뽑아 넣으니 양해하시고, 3연을 삭제하였음은 그것으로 도리어 작품을 아주 죽이는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음을 말하여 두는 바입니다.

《1956년 5월 28일≫


1956년 동아일보 글 응모란에 투고한 시인데 국민학생이 쓰기엔 너무 어른스러운 말투 때문에 딱 걸린듯 하다.

그래도 잘 써서 아까웠는지 심사위원이 따끔한 충고와 함께 실어주는 게 재미있는 모습.

신동 만들려고 누가 대신 적어준 것으로 추정되는데 학교 이름까지 나오는 바람에 호되게 혼났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1956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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