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고양이의 외출을 엄격히 관리하는 이유

현대사회에서 고양이는 개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자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호주에서만큼은 고양이 사육조건이 매우 엄격하다.

흔히 '동물들의 천국'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호주이기에 의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물들의 천국이기에 생겨난 규제'이다.

▲ 흔한 한국의 집고양이

200년 전, 호주 최초의 정착민들이 데려온 고양이는 적응을 마치자 그 수가 크게 증가했고, 오늘날 집고양이만 최대 500~6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이 정도 수치는 호주 영토 크기를 감안한다면 머그 컵에 물 한 방울 떨어진 정도지만 문제는 고양이가 타고난 사냥꾼이라는 점이다. 고양이들은 사냥 성공률에서만큼은 지상 최대의 맹수 호랑이나 사자를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백발백중' 야생 고양이의 사냥

수천 년간 다른 대륙의 설치류들은 어느 정도 고양이 회피 기술을 터득했으나, 호주의 설치류들은 난생처음 보는 이 포식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결국 쥐는 물론 조류와 도마뱀들이 무차별적으로 사냥당했고, 지금까지 29종에 달하는 소형 포유류들이 멸종의 길을 걸었다.

결국 호주 정부는 집고양이들의 엄격한 관리체계를 도입과 함께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나섰고, 2020년까지 200만 마리에 달하는 길고양이들이 살처분되면서 동물단체의 비난을 사기도 하였다. 하지만 호주에서 다른 개체군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종은 고양이뿐이어서 이는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지역마다 규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외출냥'들의 자유는 제한되고 있다. 그 예로 멜버른 교외의 녹스에서 사람들은 고양이를 산책시킬 권리가 없으며, 고양이들은 항상 집에 있거나 정원에 나오더라도 일정한 크기의 울타리에서 끈으로 묶여서 만에 하나라도 탈출을 못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산책에 관심이 없어서 다행

또 퀸즐랜드에서는 고양이가 거리를 걷는 것은 가능하지만 목에 항상 방울을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혹시나 탈출해 야생고양이로 돌변했다 하더라도 새나 설치류들이 방울소리를 듣고 도망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이런 엄격한 조치는 사실 고양이에게도 안전한 조치이다. 호주에서는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종종 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고양이를 해치기 위해 먹이에 독을 타서 뿌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