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바다의 공포, 이루칸지 해파리

과거 호주 이루칸지(Irukandji) 부족의 어부들은 한동안 바다에 갔다 오면 끔찍한 허리 통증과 몸이 마비되고 다리가 떨리는 증상에 시달리는 일이 있었다.

원주민들은 뭔가에 물렸을 거라고 막연한 추정은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환자들을 진찰한 의사들은 미세한 흉터를 찾아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명체의 독소가 원인이라는 확신은 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정체는 여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이루칸지 부족》

의사이자 동물학자인 휴고 플레커(Hugo Flecker)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범인을 해파리라고 주장했다. 1952년 그는 이 조그만 해파리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가장 큰 고통을 겪은 부족을 기리기 위해 이름도 이루칸지 해파리(Irukandji jellyfish)로 명명했다.

하지만 이 해파리의 연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잭 반스(Jack Barnes) 박사였다. 1960년대에 그는 일주일간 사냥 끝에 이루칸지 해파리를 채취했다. 반스 박사는 독성 실험을 위해 해파리에게 직접 쏘였고 심지어 14세의 아들에게까지 테스트를 하는 집념을 보였다.

​​이런 반스 박사의 노력 덕분에 많은 자료가 축척되었고, 이루칸지 해파리의 학명 'Carukia barnesi'에 그의 이름을 남겼다.

이루칸지 해파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바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크기는 매우 작아서 성인의 손톱보다 약간 크고 5mm에 불과한 종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4개의 얇고 눈에 거의 띄지 않는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 촉수가 최대 1m까지도 늘어난다.

《1m까지 늘어나는 촉수》

쏘였을 때 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고 지연되어 나타난다. '모기에라도 물렸나' 싶은 느낌을 받은 후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20분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는데, 보통은 30분 정도가 지나면 심한 통증을 동반한 이른바 이루칸지 증후군이 느껴진다.

머리와 등, 몸 전체의 통증이 동반되면서 땀이 쏟아지고 구토와 함께 고혈압이 동반되며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대개 이런 증상은 4~30시간이 지속되지만 심한 경우 2주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는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경계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나 식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실은 이런 해파리들의 공격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냥 돌연사로 판단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이루칸지 해파리의 독에 대한 해독제는 발명되지 않았다. 유일한 해결책은 10월부터 5월까지는 호주 퀸즐랜드 북부에서 수영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이루칸지 해파리들이 서식지에서 점점 남하하면서 호주 전역에서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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